평양 페스티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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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PYONGYANG」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바탕 위에 한 마리 새가 날개를 펴고 있다. 그 밑에 색동저고리를 입은 한국 소녀, 터번을 두르거나 모자를 쓴 청소년이 손을 잡고 새 주변을 감쌌다. 「13 평양 1989」라는 작은 글씨 밑으로 「반제 련대성, 평화, 친선」의 큼지막한 글자도 보인다.
금년 7월1일 평양에서 열릴 제13회 세계 청년학생 축전의 공식포스터 중 하나다.
여기서 사용하는 「반제 연대성」이란 반제국주의 연대성 확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발간되는 북한계 잡지 『조선화보』 1월호는 평양 페스티벌을 특집으로 꾸몄다.
세계 1백 70개국의 젊은이들이 모인다는 평양 페스티벌의 그쪽 프로그램을 좀더 자세히 살펴 보자.
축제의 테마는 우선 11개로 나누어진다. ①제전의 날-평화 군축 핵병기가 없는 세계. 반제연대 민족해방. 비동맹 등 8개 항에 관한 토론 ②테마별 토론-평화·군축·안정보장·핵병기 없는 세계를 의한 청년 학생의 날. 반제연대· 민족해방 등 7개항에 관한 토론 ③특별 이벤트- 반제재판소 ④포럼-21세기를 향한 청년학생의 협력 제전 운동의 역할 ⑤특별 프로그램-청년학생·아동의 여행교류 ⑥대중행동과 집회-테마별 연대 집회 ⑦특별한 관심사를 위한 그룹별 회의 ⑧국별 그룹 ⑨문화 프로그램-예술공연 ⑩스포츠 프로그램-13마일 마라톤·축구·농구·배구·탁구·태권도 ⑪주최국에 의한 프로그램-매스게임.
11개의 프로그램 중에서 ⑨ ⑩ ⑪항을 제의한 8개항이 공산주의 이론의 학습 토론장임이 분명하다. 자본주의·자유주의 국가에 맞서는 공산주의 이론의 교류와 토론을 위한 모임이 곧 평양 페스티벌의 개최 목적이다.
바로 이런 모임에 정부측 추진위원회는 전대협 쪽에 함께 참석하자고 사정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공산주의가 한번도 이 땅에서 실정법으로 인정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그것을 위한 북의 토론장에 운동권학생들과 함께 끼어 참가하겠다는 명분과 실리가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다.
금강산 개발이 한사람 재벌 총수 손에 달려있는 듯 하고 북과의 이념교류는 전대협이 관장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의 북한 정책을 보며 불안해하는 사람은 모두 극우의 체질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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