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40%가 "방랑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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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년 전쟁의 아프가니스탄은 포화의 참화로 국력이 절반이나 쇠진했다.
소련군의 완전 철수를 기다리며 어떤 새 정부를 만들 것인지를 놓고 아프가니스탄 회교 반군들은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소련군 철수 후 새 정부의 정치적 성격이 아프가니스탄의 장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지만 어떤 형태의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전쟁의 참화로 갈가리 찢어진 국토와 국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은 9년 전쟁 동안 농업생산 5O%의 감소를 비롯, 가축 50%, 포장도로 70%, 지방 보건시설 60%, 촌락 35%가 파괴되거나 손실되는 커다란 피해를 보았다.
또 인구 1천8백만명(1985년) 가운데 5백만명 이상이 국외로 피난하는 등 전체 인구의 4O% 가량이 고향을 떠나 방랑길에 올랐다.
또 전쟁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1백만 명에 이르며 보건시설 파괴로 평균 수명도 41세에서 38세로 줄었다.
이 평균 수명은 선진국의 절반수준에 머무르는 수치다.
지난 79년 소련군의 침공전 1인당 국민소득 2백3O달러였던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절반 수준인 1백3O달러로 떨어졌으며 특히 전체 노동인구 3백90만명중 60%에 달하는 2백4O만명이 종사하는 농업이 절반 가량 피해를 보았다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의 미래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회교 반군이 소련군의 철수 임박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공격을 감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이미 피폐한 국가산업의 시설 하나라도 손상시키지 않고 전후 복구에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국민생활 수준은 농촌 인구 6%만이 전기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인구의 8%만이 수도물을 사용하고 전화 2만4천대, 라디오 13만5천대, TV 1만2천8백대의 낮은 보급률을 보이는 등 문화시설 혜택도 매우 낮고 문맹률 90% 역시 전쟁의 결과다. 전쟁을 치르면서 국력 신장을 위한 교육 및 투자가 거의 무시된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긴급구호에만 16억 달러의 재원이 필요한 형편이다.
세계은행의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에는 최소한 매년 15억달러씩 5년간 투자가 이루어져야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후 복구는 기간 산업의 약화로 농업을 중심으로 한 노동집약, 낮은 기술의 바탕 위에서 치러질 수 밖에 없다.
농민들은 씨앗도, 비료도 없어 경작이 어려운 형편이지만 소련군이 그동안 전국 곳곳에 매설한 지뢰로 수로 복구는 물론 경작에도 커다란 어려움을 겪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쟁 피해 못지 않게 앞으로 닥쳐올 문제는 주택과 농지소유 문제다. 인구 40%의 난민 및 유랑민이 고향으로 돌아갈 경우 카불 공산정권 아래 빼앗겼거나 남의 손에 넘어간 집과 농토를 둘러싼 소유권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 뿔뿔이 흩어져 반소항쟁을 계속해 온 아프가니스탄 인들은 그동안 지도체제 분열로 사회체제의 질서가 무너졌으며 이것은 국가적 단합된 재건 노력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경제적 국력 손실 외에 사회적 파괴도 아프가니스탄이 앞으로 겪게될 커다란 전쟁 비극의 하나다. <진창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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