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판부 갈등에 또 '바미했다' 비난받는 바른미래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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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남용 특별재판부 추진과 관련해 불거진 바른미래당의 내부 갈등이 수습되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 의원총회(1일)에서도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을 뿐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초 이날 의원총회는 특별재판부 추진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거센 항의와 고성 등 격한 갈등이 표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싱겁게 마무리됐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뉴스1]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뉴스1]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특별재판부 추진에 대한 찬반 의견을 일부 의원이 개진하고, 나머지 의원은 경청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고 한다.

강경 반대를 외치는 의원들이 불참하거나 발언 수위를 낮췄다. 지상욱 의원은 이날 의총에 불참했고, 국회 다른 일정으로 늦게 참석한 이언주 의원은 “입법부가 사법부에 관여하는 것은 끝까지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정도였다.

앞서 이언주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번 판문점 선언 비준도 지도부가 의총이나 당내 논의 없이 비준해 주겠다고 했다가 당내 혼란을 야기하고 사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러는지 모르겠다. 재판부를 국회가 지명하겠다니 제정신인가. 이런 도를 넘은 국기 문란행위를 당내 논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맘대로 합의해 준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지상욱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하면서 의원들과 논의조차 하지 않고 다음 주 의총을 소집한 김관영 원내대표에게 경고한다. 절차적 정당성을 포기한 독단적 결정으로 바른미래당이 스스로 민주 정당이 아님을 선언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중앙포토]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중앙포토]

초기에는 바른정당 출신 및 보수 성향 의원들만 특별재판부 추진을 비판하던 것에서 점차 반대 목소리가 세를 얻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출신으로 당내 현안에 대체로 중립을 지켜온 박주선 전 국회 부의장도 지난달 31일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사법부 불신에 기름 붓는 격으로 빈대 잡는데 초가삼간 태우는 게 아닌가”라며 지도부 비판에 힘을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일정으로 일시적으로 잠잠해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찬성과 반대 중 어느 쪽이 많다고 딱 잘라서 말하긴 어렵고, 현재로써는 특별재판부 구성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총회와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이 겹치면서 의원들이 본회의장과 의총장을 왔다 갔다 하며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몇몇 의원들은 개인 일정 등이 겹쳐 불참하다 보니 다소 산만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한편 김관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특별재판부 구성 과정의 위헌 소지, 입법부가 사법부에 관여하는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고민과 우려들을 말씀해주셨다”며 “사법부가 스스로 자정하고 이 문제를 스스로 어떻게 공정하게 할 것인지, 개혁 방안을 먼저 발표해 불신을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일각에서는 주요 사안에서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바른미래당의 행태를 빗대 ‘바미했다’는 ‘은어’가 다시 거론되기도 한다.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문제에서도 당내 의견이 엇갈리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의미로 사용된 표현이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한국당과 우리 당 반대표를 합치면 어차피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공연히 당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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