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2급, 간부 카톡방에 아들 수험표 사진 올려 … 징계 받고도 6개월후 복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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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고용세습’ 의혹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에서 이번엔 정규직 공채 인사 청탁 의혹이 제기됐다. 교통공사 2급 간부 A씨가 아들의 채용에 부정 개입한 의혹을 받고 사측의 ‘경고’ 처분까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고’ 조치된 지 6개월 만에 소장으로 복직했고, 현재도 재직 중이다.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 [중앙포토]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 [중앙포토]

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인사 청탁 의혹은 A씨가 2016년 5월 서울메트로(서울교통공사의 전신) 수서승무사업소장으로 재직할 당시 불거졌다. A씨는 2016년 5월 6일 오후 공사 간부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 아들의 수험표 사진과 수험표에 붙은 얼굴 사진을 올렸다. 아들이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공채 면접을 보기 나흘 전이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A씨가 수험표 전체가 보이는 사진과 수험표에 붙은 사진을 클로즈업 한 사진 두 개를 올린 게 맞다”고 인정했다.

아들은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지원 #2급 고위직 아빠는 면접 나흘 앞두고 #교통공사 간부 단톡방에 사진 올려 #“맞선용으로 개인톡 보내려다 실수” 해명

이 일이 교통공사 내부에 널리 알려지면서 인사 청탁 의혹이 불거졌다. 공사 측은 5월 9일 A씨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그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교통공사 관계자는 “아들의 수험표를 올린 것은 인사 청탁의 목적이 아닌, 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교통공사에 따르면 A씨가 아들의 맞선 자리를 소개해주기로 한 여동생에게 아들 사진을 보내려다 실수로 간부 단톡방에 올렸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 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 1]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 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 1]

교통공사 관계자는 “당시 단톡방에는 이정원 전 서울메트로 사장을 포함해 공사 간부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인사 청탁을 이같은 단톡방에서 어떻게 하려 했겠느냐”면서 “감사 결과 채용 비리로 밝혀졌다면, 파면을 했겠지만 경고에서 그친 것은 실수라도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일로 A씨의 아들은 면접을 포기했다. 교통공사 측은 그의 아들이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이 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부인했다. “A씨의 아들은 그 후 교통공사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사실이 없고, 철도 관련 다른 회사에 공채로 입사해 현재도 재직 중이다”고 말했다.

A씨가 2016년 11월 동작승무사업소장으로 복직하는 과정에서 사업소 직원들은 ‘인사발령을 철회하라’는 피켓 시위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복귀를 반대하던 당시 노조 국장 B씨를 폭행했다. 이에 대해 교통공사 관계자는 “B씨의 고소로 A씨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교통공사의 한 직원은 “당시 사내에 소문이 쫙 퍼진 일이었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맞선용으로 실수로 올렸다고 했고, 얼굴 사진 외에 수험표 전체 사진을 올린 건 의문’이라는 말들이 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공채 과정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서류와 면접 전형만 진행하는 무기직 채용에선 이같은 청탁이 어렵지 않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면서 “채용 비리는 감사와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선영·조소희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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