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조기교육-김선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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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슈퍼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편함에서 한웅큼의 각종 광고지를 갖고 왔다. 때가 때이니만큼 학원과 유치원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성현이가 다섯살이 되었고 어려서도 낯을 심하게 가리더니 지금도 놀이터에 혼자는 나가지 않고 동생과 집안에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디 학원 같은 곳엘 좀 보내볼까 하는 생각에서 관심 있게 안내장을 읽은 뒤 퇴근한 남편에게 말을 꺼냈다. 쓰기와 읽기 같은 것을 다른 아이보다 더 잘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며 양보하고 협동하는 것을 배우게 하고 집과 엄마를 떠나있게 해 독립심과 자립심을 조금이라도 심어주려는 것이라는 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버럭 화부터 냈다.
이제 네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벌써 무얼 배우게 하느냐. 아직은 동생과 어울려 엄마와 함께 있을 나이라는 것이다. 일찍 유치원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정작학교에 들어가면 공부에 흥미를 못느껴 문제가 된다는 남편의 설명이다,
정말 아직 어리기는 하다. 그리고 유아원이나 학원교육이 과연 얼마만큼 아이에게 유익한지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래층아이도 성현이와 비슷한 또래인데 이번에 미술학원 원서를 냈다고 한다.
지금 학교에 다니는 앞집 아이도 성현이 나이때 유아원에 다녔다고 한다. 또 오후가 되면 주산학원, 미술학원, 컴퓨터 학원, 태권도학원, 웅변학원 등 각종 학원과 유아원버스에서 가방을 메고 쪼르르 내리는 아이들중 성현이 또래의 아이들을 자주 본다.
정말 안보내도 될까…. 다들 보내고 있고, 보내면 아무래도 다르기는 다르다던데…. 남편의 심한 반대에 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아직까지 생각이 많다. 당연한 듯이 돼버린 어린이들의 조기교육 열기속에 내 아이의 일임에도 선뜻 결정짓지 못하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충남 천안시 성정동 주공5단지 120동4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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