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핫라인] 으랏'차' '자동차의 날' 은탑 산업훈장 윤정호 르노삼성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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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에서 고생해 온 분들을 대표해 받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29일 제3회 자동차의 날(5월 12일) 기념식에서 이 행사 최고훈장인 은탑 산업훈장을 받은 르노삼성자동차의 윤정호(56.사진) 부사장은 다소 겸연쩍은 얼굴이었다. 그는 2004년 프랑스 르노그룹이 한국에 6000억원을 투자해 르노삼성차가 조기 정상화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이번 훈장을 받았다. 공개석상에 얼굴을 내비치는데 익숙치 않은 건 그가 자동차 산업의 격변기인 1990년대의 산 증인이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그는 삼성자동차의 설립(1995년)과 퇴출 과정, 그리고 르노와 인연(2000년)을 맺는 과정에서 핵심 실무역을 했다. 보람이 큰 만큼 부침과 진통도 컸다. 그는 1998년 삼성자동차의 'SM5 신화'의 기획 역할을 맡아 승승장구하다 삼성차가 고난의 길에 접어든 뒤 정부의 빅딜(삼성차를 대우차에 넘기기로 한 정책) 추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1999년 빅딜이 깨진 뒤 삼성차의 명운을 잇기 위해 해외 자동차 업체를 수십 차례 쫓아다닌 일도 그의 몫이었다. 2000여 명 삼성차 직원의 운명은 그의 손에 달려 있었다. 윤 부사장은 "르노와 협상을 성사시켜 어떻게든 동료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국 르노그룹은 삼성차의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2000년 르노삼성차를 출범시켰다.

윤 부사장은 1977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삼성BP화학을 거쳤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그는 삼성으로 자리를 옮겨 80년대 중반부터 삼성의 자동차 관련 프로젝트를 도맡았었다.

그는 삼성차가 한국 산업의 역사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결과적으로 실패 사례로 간주되지만 한국 자동차의 실력을 키우고 품질을 한단계 높였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었다고 봅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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