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닮은 덕에 TV에 나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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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영국의 주요 일간지인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자 3면 머리기사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빼닮은 김영식(56)씨 기사를 크게 다뤘다. 이 신문은 한국의 정치상황이나 남북 관계에 대한 특별한 언급없이 '남.북한 김씨'의 외모 만을 언급했다. (다음은 기사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서울에서 인쇄업을 하는 김씨는 자신의 옷장에 김정일의 상징인 옅은 보라색 안경과 쑥색 정장, 검은색 단화를 따로 보관할 정도로 김정일과 유사한 자신의 외모를 당당하게 여긴다.

김씨 스스로 자신의 외모가 김정일과 비슷하다고 느끼게 된 것은 10여 년 전이라고 한다. 샤워를 하고 나오다 거울에 비친 물기가 덜 빠져 곱슬곱슬하게 된 두발과 뚱뚱한 몸매, 작은 키를 보고 '정말 닮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전에 남들로부터 그같은 지적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그 뒤부터 '김정일 닮아가기'가 시작됐다.

1995년 한 일자지에 난 광고를 보고 오디션에 응모해 120여 명의 경쟁자를 따돌리고 영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김정일 역을 맡았다.

그가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2000년 평양 정상회담 이후부터라고 한다. 정상회담 이후 김정일의 이미지가 '악마'에서 '다소 괴팍한 동네 아저씨' 정도로 바뀐 이후 거부감이 덜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김정일과 닮도록 나를 낳아준 어머니 다음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그 분 덕에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광고에 나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키와 몸매, 얼굴까지 김 위원장과 닮았지만 성형수술은 받지 않았다. 그의 외모부터 말투까지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는 "신문과 방송의 김정일 관련 기사는 모두 모니터링 해서 참고자료로 활용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전쟁 중에 태어난 그는 "가능한한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며 "국가를 위해서도 좋지만 더욱 많은 광고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외모 때문에 지금은 전쟁 중인 이라크에 가는 것보다 미국에 가는 것이 더 두렵다"고 농담하며 활짝 웃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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