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블레어, 이라크 전쟁 실책 인정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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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정상이 모두 국민의 지지를 상실해 가고 있으며, 특히 이라크전에 대한 양국 국민의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25일 이라크전의 실패와 실수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인정한 것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WP)는 26일 이렇게 분석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두 정상의 지지도 추락에 대해'약(弱)의 축(axis of feeble)'이라고 표현하며, 이런 상황에서 두 지도자가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얘기를 계속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올해 초 "이라크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으나 뭘 잘못했는지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국제사회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않고 이라크를 공격한 것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는 결정은 논란거리였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는 또 이라크전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한 것도 분명하게 인정했다.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이라크인 포로 학대 사건도 잘못된 것이라고 시인했다. 블레어 총리도 후세인 제거 후 추종자 제거작업을 조급하게 서두르는 바람에 혼란을 촉발한 게 큰 실책이었다고 했다.

두 정상의 실책 인정은 국내용만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양국 정상이 노린 건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27일 자신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과 비교했다.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에 우리는 많은 도전과 좌절을 겪었음에도 승리했다"며 "지금 우리도 트루먼 시대처럼 승리의 초석을 쌓아가고 있다"고 했다.

블레어 총리는 26일 워싱턴의 조지타운대 초청 강연에서 "여러분은 이라크전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지 모른다"며 "그러나 나는 사담 후세인 제거의 이점에 대해 누구와도 논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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