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베리아 횡단철도 올 로케 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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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9세기말 조선에 큰 흉년이 들자 상당수의 동포들이 소련 땅 연해주를 넘나들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소련이 우리 동포의 이민을 받아들인 것은 시베리아개발을 위한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지요. 한 세기가 지난 지금우리가 또다시 시베리아개발에 참여하러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요.』 오는 4월1일 국내 PD로는 사상 최초로 소련에 입국, 5부작 다큐멘터리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총 연출하게될 KBS 홍성주 PD(40).
이제 그는 한국근대사의 비극적 전개과정에서 하바로프스크·타슈켄트 등지로 집단 이주, 낯선 땅에서 운명을 개척해야했던 동포들과 만나게 된다.
모스그바 ∼ 노보시비르스크∼이르쿠츠크∼하바로프스크 ∼ 블라디보스토크로 연결되는 시베리아철도는 개방과 개혁의 물결이 일고 있는 모스크바, 우리 기업이 참여하게될 극동 경제구, 동포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연해주를 통과한다.
『이번 기획은 지난 87년 소련 땅의 한인을 찾아서를 KBS와 공동제작한 영국의 텔리서치 프러덕션을 통해 추진해 왔읍니다.』
소련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구대 동서문제연구소 김연수 교수의 제안으로 시도한 이번 기획은 소련취재의 대외창구인 모스필름이 지난 6일 텔리서치를 통해 취재 의퇴서와 초청장을 보내옴으로써 1년여만에 성사됐다.
『재작년에만 해도 입국이 허용되지 않아 영국에 머무르면서 원격조종을 통한 제작을 할 수밖에 없었읍니다. 그러나 소련 땅의 한인을 찾아서가 소련현지에서 호평을 받자 한국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고 그 결과 공식입국이 허용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기획에 참여하는 인원은 모두 10명. 총 연출은 홍PD가 담당하며 리포터는 작가 김은국씨, 조명은 영국인, 카메라와 음향은 각2명씩의 일본인, 프러덕션 매니저는 영국인, 코디네이터는 소련인, 디렉터는 일본인이 각각 맡는 4국 공동작업이다.
제작기간은 4월1일부터 5월12일까지 42일간이며 제작비는 약3억7천만원으로 합의됐다.
제1부 『페레스트로이카』는 소련의 개방과 개혁이 사회 각 분야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으며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다.
제2부 『시베리아의 두뇌들』은 과학자 도시로 유명한 노보시비르스크의 소련과학자들이 참여하는 시베리아 개발의 청사진과 21세기를 대비한 소련의 과학을 조명한다.
제3부 『자원의 보고-시베리아』는 이 르쿠츠크를 중심으로 한 시베리아 원주민의 생활과 무한한 자원이 소개되며 시베리아의 개발 가능성도 살펴 본다.
제4부 『연해주의 한인들』은 하바로프스크·를라·디보스토크의 동포들을 만나 1937년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 당한 후의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제5부 『태평양 신시대』는 동포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소련 연해주지역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KBS가 소련에 공식 입국할 경우 소련과의 관계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시베리아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도 가능할 것입니다.』
홍PD는 이번 취재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문제도 심도 있게 협의할 예정이며 앞으로 KBS 단독취재의 가능성도 관계자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일방적인 시각이 아닌 소련의 시각을 통해 그들이 한국에 대해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겠읍니다.』
다큐멘터리의 기본은 사실의 발견에 있다고 믿는 그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매스컴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시베리아 개발문제만 하더라도 먼저 참여했던 일본이 어떤 이해득실을 따져 발을 뺐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할 것입니다.』
77년 TBC 14기로 입사한 그는 80년 언론통폐합 이후 KBS로 옮겨 『추적 60분』 『인간만세』 등 다큐멘터리를 전문제작해 왔으며 84년부터 3년간 일본 구주예술공과대학에 유학, 예술공학석사학위를 취득한 실력파다. <끝><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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