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악화되는 동티모르 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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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동티모르 정부군과 군에서 해직되자 탈영한 반군의 내전이 악화일로다. 정국은 이미 무정부 상태에 빠졌고 현지 외국인들은 앞다퉈 출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지에 도착한 호주 병력이 26일부터 정부군과 연합작전에 들어갔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 소집과 유엔군 파병을 추진 중이다. 사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유엔의 신탁통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도심에서도 교전=탈영병들은 25일 밤에서 26일 새벽에 걸쳐 수도인 딜리 도심과 교외 곳곳에서 정부군과 교전했다. 탈영병들은 25일 오후 딜리 중심부 법무부 청사 부근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경찰을 향해 무차별 사격, 경찰 9명이 사망했다. 23일에도 탈영병들의 공격을 받은 경찰 2명이 사망했다.

25일 딜리의 숙소에서 탈영병들의 총탄에 맞은 한국인 회사원 김모(35)씨는 26일 상태가 호전돼 대화를 할 정도라고 현지 한국 대사관이 전했다. 현지에는 한국 대사관 직원과 해외봉사단원 등 한국인 2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 외국인들 속속 탈출=25일 현지에 도착한 호주군 1300여 명은 26일부터 정부군과 탈영병 소탕을 위한 연합작전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특수부대원 150여 명은 전날 오후 장악한 딜리 국제공항에서 외국인 철수를 지원하고 있다. 26일 수백 명의 외국인이 이곳을 통해 빠져나갔다.

◆ 유엔 안보리 소집 촉구=이번 주 초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상황 파악을 위해 특별공사를 현지로 파견했다. 유엔은 사정을 파악하는 대로 안보리 소집은 물론 신탁통치 문제까지 논의할 방침이다. 동티모르는 1999년 유엔 감시 아래 총선거를 했으며 이후 3년여 동안 유엔 신탁통치를 받은 뒤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했다.

동티모르 정부는 이번 주 초 호주와 말레이시아.뉴질랜드.포르투갈 등 4개국에 병력 지원을 요청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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