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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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32강전 1라운드> ●스웨 9단 ○최정 9단

5보(68~85)=흑을 쥔 스웨 9단과 백을 잡은 최정 9단은 서로 미미한 실착을 주고받으면서 바둑을 진행했다. 74까지 수순으로 좌상귀는 일단락됐다. 선수를 잡은 흑은 75, 77로 큼직큼직하게 집 모양을 만들어간다. 흑 입장에선 기분 좋은 수순이다. 백은 일단 76으로 받아뒀는데, 77에는 또다시 받아주기가 영 내키지 않았나 보다. 78을 두면서 우상귀 쪽으로 손을 홱 돌려버렸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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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9단은 78에 대해 "'참고도' 흑1로 받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흑2를 당하는 것이 기분 나빠서 3·3으로 먼저 손을 향했다"고 설명했다. 기세 싸움에서 호락호락하게 밀리지 않겠다는 숨은 의도가 읽힌다. 상대의 입맛대로 바둑을 두어주지 않겠다는 말이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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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프로기사들의 바둑에선 정밀한 수읽기만큼이나 기세 싸움이 착수에 영향을 미치는 때가 자주 나온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순순하게 받아주지 않고, 최대한 거슬러 나의 뜻을 관철하려는 집념이 프로기사들의 바둑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타고난 승부사들에게 찾아볼 수 있는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실제로 프로기사들에게 바둑을 잘 두기 위한 방법을 물어보면 "반박하는 수부터 찾기 위해 노력하라"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장면에선 기세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가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곧장 백의 실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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