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공사, 정부 가이드라인에 없는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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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호 07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기 위해 서울시청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기 위해 서울시청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가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한 무기계약직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친인척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이를 정규직으로 편법 전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 가이드라인엔 #기간제·파견·용역 소속 등 한정 #고용부 “정부와 무관한 서울시 정책 #어떤 근거로 전환했는지 따져봐야”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지난해 7월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 대상은 근로 계약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근로자, 민간 파견업체 소속으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파견 근로자, 청소와 같은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 등 3개 고용 형태로 제한하고 있다. 임금이나 복지 등 근로 환경이 열악한 상태에서 일한다는 평을 받는 근로자다.

정규직 전환 대상 업무도 향후 2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시·지속적인 업무로 한정했다. 전환 방법으로는 공공기관이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를 만들어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형태, 사회적 기업과 같은 제3섹터에 흡수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서울교통공사처럼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포함돼 있지 않다. 대개 일반직은 공개채용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한다. 취업준비생 등이 몰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취업문이 좁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부문 인사는 자치단체장의 권한이어서 중앙정부가 간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교통공사에서 문제가 된 전환 정규직은 기존의 무기계약직, 즉 사실상 정규직화된 근로자를 일반직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과는 상관이 없는 서울시의 독자적인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을 예견하고 (정규직 전환을 노린) 불공정 채용이 우려된다”고 공기업 등에 경고했다. 고용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발표 직전에 채용된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평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고용세습 의혹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전·현직 직원의 친인척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된 지난해 7월 이전에 채용됐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부정채용 경고와 공정한 평가 권고를 무시한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정규직 전환 심사위원회’나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꾸려 추진해야 한다”며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심사위원회에서 어떤 근거로, 어떤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문제는 인건비와 같은 예산 부문”이라며 “이는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지방교부세로 충당해야 할 텐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중앙정부가 그 과정을 들여다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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