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시 눈치 보는 국토부, 이집트·일본 배워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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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호 34면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반발이 시민을 볼모로 한 파업 사태로 이어진 데는 당사자인 택시업계 못지않게 정부의 책임이 크다. 카풀 서비스를 출시한 카카오 등 정보통신기술(ICT)기업과 택시업계의 갈등을 조정해야 할 국토부가 목소리 큰 택시업계의 위세에 눌려 지난 1년 동안 눈치만 보다 갈등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택시 파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에 놀라 일단 카풀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뒤늦게 내놓은 방침도 여전히 ‘카풀 운전자당 1일 2회 운행’이라는 비현실적인 미봉책에 지나지 않아 택시와 카풀 업계 양쪽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우버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차량 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양 업계 간 갈등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다른 나라도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셌으나 각국 정부는 갈등을 잘 조정해 시민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관련 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미국과 핀란드 같은 IT 강국은 물론 이집트 정부도 택시업계를 설득해 서비스를 허용했다. 또 한국과 마찬가지로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일본조차 최근 국토교통성이 승차 공유 서비스를 허용했다. 택시 수요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에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처럼 생존권을 내건 택시업계의 반발은 어디에나 있었지만 대응은 우리와 확연히 달랐다. 택시업계가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는 사이, 우리 정부처럼 택시업계 눈치를 보느라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사실상 손을 놓은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우유부단한 태도뿐 아니라 눈앞의 표만 챙기려는 일부 정치인도 문제다. 정치권은 아예 미래 먹거리가 될 글로벌 신산업의 싹을 자르는 카풀 금지법까지 발의한 상태다. 파업 다음 날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또다시 카풀 금지 주장이 되풀이됐다. 전 지구촌에 보편화하고 있는 새 서비스를 언제까지 틀어막으며 쇄국정책을 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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