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큰 성당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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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프리카 서안 코트디부아르의 야무수크로시에 그레코로만 양식에 의한 세계 최대의 성당이 세워지거 있어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평화의 성모당」이란 이름의 이 대규모 성당은 지난 86년 10월에 착공, 만 3년간의 공기를 거쳐 금년 9월 완공될 예정이다.
골조공사를 끝낸 현장에는 1천5백명의 장인들이 모여 휴일도 없이 내부의 마무리 단장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 철재 및 스테인드 글라스로된 무게 3백1Ot의 원형돔과 십자가를 올린 데 이어 현재는 연면적 8천㎡의 창에 프랑스제 스테인드 글라스를 끼우고 약 3만㎡에 달하는 구내바닥에 이탈리아산 대리석을 까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바닥에서 십자가끝에 이르는 성당의 높이는 약1백60m로 지금까지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보다도 10여m가 높다. 그레코로만 양식의 건물로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가 될 이 성당 건설을 두고 현장감독 「앙트완·세자레으」씨는 『3세기 걸릴 일을 단3년만에 끝내 버리는 셈』이라고 기염이 대단하다. 이 성당의 외관은 로마의 성베드로와 비슷하지만 시설면에서는 크게 다르다. 성베드로가 곳곳에 조상장식을 하고 원주를 별로 세우지 않았던데 비해 야무수크로의 이 성당은 조상을 없앤 대신 높이 25m·너비 3m의 거대한 원통형 석두를 2백27개나 세워놓고 있다. 또 성베드로 시대에는 꿈도 못 꾸었던 첨단공법의 에어컨시설을 완비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차이의 하나.
이 성당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코트디 부아르의 「우푸에-브와니·폘릭스」대통령은 비용문제에는 입을 다문 채 『내 땅위에 내 돈으로 짓는 것이며 완성과 동시에 건물 일체를 바티칸에 바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국내외에서는 그의 이같은 성당건설에 대해 『재정이 위기에 처한 터에 턱없는 낭비를 저지르고 있다』는 거센 비난이 몰아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지난 2년동안 이 나라 최대의 수출품목인 코코아 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극심한 현금결제압박을 받고 있으며 88년 5월에는 1백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의 지불연기를 요청한 바 있다.
「우푸에-브와니」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가 최근 들어 경쟁적으로 대규모 건설공사를 벌이고 있는 모로코의 「하산」2세국왕, 가봉의 「봉고」대통령, 자이르의 「모부투」대통령 등 이웃 독재자들을 흉내내어 이같이 무리한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가톨릭인구가 국민(1천만명)의 15%밖에 되지 않는 코트디부아르에 한번에 3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성당을 건설한다는 것은 실용차원에서가 아니라 83세의 고령인 대통령 자신의 장례식을 보다 극적으로 장식하기 위한 욕심때문이라는 비난도 많다.
한펀 바티칸측은 『성당이 완공되는 오는 9월 「요한·바오로」2세가 극동방문중이어서 준공식에 참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성당을 바티칸측에 헌정하겠다는 「우푸에-브와니」대통령의 말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않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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