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비준 놓고 갈라진 바른미래 … 유승민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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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비준 논란을 계기로 불거진 바른미래당의 균열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당과 통합, 중도세력 빅텐트 … #당 주변 정계개편 시나리오 돌아 #유 의원 결심 따라 지형 달라져

8일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바른미래당은 ‘한 지붕 두 가족’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당 지도부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참석시켜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했지만 지상욱·이학재 등 일부 의원이 “한쪽에 경도될 수 있다”고 반발하며 퇴장했다. 이전 당 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은 아예 불참했다. 당초 비준안 처리 협조를 고려했던 김관영 원내대표는 결국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는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비준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정했다”고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바른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갈라져 나온 정치세력의 결합체다. 애초부터 이질적 정치철학을 가진 두 집단의 융합은 만만찮은 과제였다. 정치권에선 양측의 갈등이 비단 판문점 선언 비준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보다는 바른미래당을 둘러싼 정계개편 가능성이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란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바른미래당 주변에서는 ▶한국당과의 보수대통합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호남계가 결합하는 ‘도로 국민의당’ 소통합 ▶친박·친홍을 제외한 중도세력 빅텐트 등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바른미래당까지 포함한 ‘보수대통합’으로 엮어내려는 한국당은 지도부가 직접 나서 군불을 때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회동해 입당을 권유했고, 최근 영입된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장도 “국민의 희망은 보수가 통합하고 단일대오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는 ‘정계개편의 불씨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제공할 것이다’고 말해 왔다. 지금 맞아 돌아가고 있지 않느냐”며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계의 최대주주인 유승민 의원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의원이 어떤 결심을 하느냐에 따라 야권의 통합 지형도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최근 당 행사에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고 있으며, 당내 갈등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당 일각에선 유 의원이 바른미래당에서 이미 마음이 떠났지만 명분을 중시하는 스타일 때문에 쉽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한국당에서도 친박계를 중심으로 유 의원에 대한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당 관계자는 “보수대통합의 움직임은 11월 열리는 한국당 새 원내대표 선거에서 누가 되느냐가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며 “현 비대위나 복당파에 가까운 인물이 당선된다면 바른정당계에도 ‘돌아오라’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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