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중앙신인문학상] 김재홍 당선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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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는 제가 자란 울산 장생포에 갔습니다. 마을은 모두 사라지고 제가 살던 집은 무너진 채 골조만 남아 있었습니다. 흥청대던 고래잡이 항구는 이름만 남았습니다. 제가 난 강원도 태백, 거기 살던 집은 납석 광산이 되어 있습니다. 저의 살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강원도 산막에 내리던 별빛만 있어도 좋겠다. 장생포 바다 은빛 물너울만 있어도 좋겠다. 지나온 자취를 모두 담아둘 수는 없지만, 거기 싱싱하게 살아 있는 은밀한 목소리를 기억해야겠다. 그래서 우리 삶의 뜨거운 메시지를 찾아내야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서정춘 선생님께서는 어버이처럼 자상하게 격려해 주셨습니다. 고형렬 선생님께서는 시로 가는 길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일깨워 주셨습니다. 김영산 시인은 저에게 친형제와 같은 분입니다. 아니 친형제 이상의 혈육의 정감을 나누고 있습니다.

함께 시의 길을 걸으며 밤새워 어깨를 부대낀 김태수 시인.정일근 시인을 비롯한 울산의 선배 시인들께 감사합니다. 모두가 제게는 박복한 속에 복 받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제 아버지 산소엘 다녀왔습니다. 새벽 1시의 시립공원묘지는 후텁지근했습니다. 아버지의 살내음과도 같은 산그림자와 더불어 한참 있다 왔습니다.

◇김재홍 약력

▶1968년 강원도 삼척 출생

▶94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96년 동 대학원 석사 수료

▶현 울산 MBC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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