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들만의 연극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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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로봇들이 하는 연극이 내년에 공연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전산학과 김종환 교수는 내년 9월부터 3개월간 열리는 세계경주문화엑스포에서 '로봇연극'을 공연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교수는 "엑스포 조직위원회 측과 로봇연극을 하기로 합의했으며, 매회 10분씩 하루 10회 정도 공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엑스포에선 관람객들이 자주 이동하기 때문에 공연 시간을 길게 잡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로봇이 연극을 공연한 일은 없었다.

김 교수는 "시나리오를 먼저 마련해 배역별 로봇을 공개 선발하겠다"며 "국내에 로봇을 연구하거나 개발하는 연구소나 기업이 많아 배역을 뽑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로봇 배우가 필요하다면 그런 로봇을 대상으로 실력을 평가해 쓰면 된다는 것이다. 로봇이 말을 하거나 움직이는 것은 지금의 기술로도 별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듯 표정 연기까지 소화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로봇연극의 모든 배역을 로봇으로 할지, 로봇과 사람이 섞여 할지는 시나리오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 로봇 오디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엑스포가 내년 9월 열리는 점을 감안해 내년 초까지는 시나리오에 맞춰 배역 선발을 마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이번 공연에서 인간이 하는 것과 똑같이 로봇이 연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앞으로 10년 뒤면 수준 높은 로봇연극으로 발전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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