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전설적인 여 빨치산 회고록|정충제씨, 『실녹 정순덕』 상권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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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리산의 전설적 여 빨치산 정순덕씨의 빨치산 회고록 『실녹 정순덕』 상권이 도서출판·대제학에서 출판됐다.
정씨는 16세 때인 1950년 입대한 남편을 찾아 지리산에 들어갔다. 그 길로 빨치산이 돼 1963년 최후의 2인 부대로 잔존, 끝까지 저항하다 생포된 지리산 일대 빨치산사의 산증인이다.
이번에 나온 상권에는 전쟁의 광기에 휘말린 정씨가 산으로 내몰리기까지의 과정을 그렸고, 이어 나올 중·하권에는 작식대에서 간병부로, 거기서 다시 전사로 변신해 가는 모습과 함께 주력부대의 궤멸 이후 9년여에 걸친 생존 3인의 파란에 찬 고행이 실릴 예정이다.
이 책에는 정씨 자신의 체험과 함께 이현상 이영회 하준수 노영호 등 당시 빨치산 지도자들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담겨있어 남한 빨치산사의 정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정씨의 구술을 받아 이 책을 쓴 『삼청교육대 3백63일』의 작가 정충제씨는 프롤로그에서 작가 이병주씨가 쓴 『실녹 지리산』에 나오는 정순덕 관련기술이 11군데 이상이나 틀리다고 지적, 이번에 정순덕 자신의 회고록이 나옴으로써 이러한 기존문서의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게 됐다고 쓰고 있다.
정충제씨는 88년 2월부터 6개월 여 정씨의 소재를 추적, 충청도 모 복지원에 수용돼있던 정씨를 극적으로 찾아낼 수 있었다.
정씨는 생포될 당시 입은 대퇴부 관통상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 85년 8.15 때 특사로 출옥 후 잠적했었다.
정씨는 이 달 초 복지원 생활을 정리하고 정충제씨와 함께 진주에 머무르며 남은 부분을 구술하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씨를 직접 체포할 당시 경찰 김영국 박기수씨도 진주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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