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자본주의」실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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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AP연합=본사특약】헝가리는 올 들어 동유럽국가로선 최초로 주식시장의 개설, 외국인 투자가들에 새로운 인센티브 부여 등 서구적인 경제개혁 조치를 시도한다.
헝가리는 약 30년 전부터 동유럽국가로선 독특하면서도 매우 서구적인 실험을 시도했다. 그 결과 70년대 말까지 헝가리는 비록 소규모이지만 매우 활발하게 민간부문을 강화하는 한편, 국영기업 관리인들에게 기업이윤 처리의 재량권을 주고, 국민들에게 동유럽진영에선 가장 높은 생활수준을 제공하는데 성공했다.
80년대 들어서도 헝가리의 이 같은 실험은 계속됐고 동유럽 사회주의 진영에선 최초인 주식시장을 개설하게 되었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이 같은 조치가 너무 늦어 서방경제와의 경쟁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80년까지 헝가리 경제는 쇠퇴해 있었다. 늘어만가는 외채와 예산적자, 목표를 밑도는 생산량,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병들게 했다.
지난해에 있었던 헝가리 지도부개편은 개혁에 소극적인 수구세력을 정치무대로부터 퇴장시켰다. 현재 헝가리 지도부는 국민들에게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장점을 선전하며, 서방 스타일의 자본주의에 가까운 경제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소련은 헝가리의 개혁정책에 크게 고무되어 자신이 그 같은 개혁을 시도함에 앞서 헝가리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소련정치국원 「알렉산드르·야코블레프」는 기자회견에서 소련언론이 헝가리의 일련의 개혁조치를 상세히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불평한 적이 있다.
올해 헝가리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 중 하나는 국영기업의 주식회사로의 전환허용이다.
외국인의 1백% 투자와 주식거래가 허용되고 내국인투자자와 같은 세제혜택을 외국인도 받을 수 있다.
개인기업은 5백명까지 종업원들을 고용할 수 있으며, 외국에 주식을 판매할 수도 있다.
현재 헝가리의 외채는 1백70억 달러로 국민 1인당 외채가 동유럽국가들 중 가장 많다. 헝가리 정부는 외채를 줄이기 위해 최근 50억 포린트(미화 약 1억 달러) 상당의 정부보유자산을 팔기로 했으며 생산·소비재 및 용역부문에서 정부보조금을 줄이기로 했다.
헝가리의 경제개혁은 국내안정과 대외신용 양쪽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헝가리는 올해 무역호조에 힘입어 4억∼5억 달러의 경화수입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경제적 변화와 함께 광범위한 정치적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집회 및 결사에 관한 법들이 이번 주 통과 됐다. 이 법들은 정당 결성권을 인정하고 시위를 할 권리를 인정했다.
정당 결성권 보장으로 사민당 등 공산당지배가 시작되면서 불법화되었던 정당들이 재 창당되고 있으며, 내년으로 예정된 복수후보선거에 기초를 제공하게 됐다.
현재 태동단계에 있는 주식시장은 헝가리 경제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경제를 자극할 것이며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현재 헝가리 은행예금 총액은 약 54억 달러이며 이와 비슷한 액수가 다른 형태의 예금 또는 투자로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목돈이 생기면 집이나 전자제품을 사는데 썼던 헝가리인들은 주식시장이 생기면 이곳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다.
현재 헝가리에는 2백30개의 외국인합작기업이 계약을 체결, 그중 약 2백개는 이미 가동 중이며, 이들의 자본총액은 4억 달러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구랍 1일 헝가리는 EEC(유럽경제공동체)와 최혜국 대우협정 등 광범위한 경제협력협정을 체결하는 등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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