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시엔 한국에 미 군속 형사재판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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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평시 상태에서 주한 미군 군속의 형사재판권은 한국 법원에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상 미 군속은 '미국 국적을 가진 민간인으로 미군에 고용돼 근무하는 사람'을 말한다. 대법원 1부는 교통사고를 내 불구속 기소된 미 군속 W씨(49)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W씨는 2004년 경기도 파주시 봉암리의 한 삼거리에서 미군 화물차를 운전하다 신호위반을 한 뒤 교통사고를 내 1심에서 벌금 700만원, 2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자 "재판권이 미군에 있다"며 상고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상 미군 당국은 한반도의 평시 상태에서 군속에 대한 형사재판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대한민국은 미 군속이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국내법에 의해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10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직장 생활을 하는 등 생활 근거지가 한국에 있다"며 "이는 SOFA 협정에서 정한 군속 개념에서 사실상 배제돼 미군 측의 형사재판권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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