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기 때문에 바다에 방출해도 문제가 없다”던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 오염수의 처리 문제가 일본 사회에서 또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의해 폭발 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 제1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지난 28일 “이미 정화를 끝내고 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 중이던 오염수 총 89만t 중 75만t에서 삼중수소 이외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측정됐다”고 실토했기 때문이다.
다핵종 제거장치(ALPS)로 정화한 오염수 94만t 중 89만t을 분석해보니 80%에 해당하는 오염수가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성질상 수소와 같기 때문에 물에서 분리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던 삼중수소를 뺀 나머지 방사성 물질을 측정한 수치다.
일부 탱크에선 스트론튬90이 기준치의 2만배에 해당하는 리터(L)당 60만 베크렐이나 측정됐다. 스트론튬90은 사람의 뼈에 쌓이기 쉬운 방사성 물질로, 특정 방사성 물질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반감기가 29년이나 된다. 그동안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 내 경제산업성은 “ALPS로 오염수를 처리하면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류의 방사성 물질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 결과는 이런 기존 주장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측정된 데 대해 도쿄전력은 “2013년 ALPS가 고장을 일으켰을 때 고농도의 오염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섞였을 가능성이 있고,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흡착재 교환이 늦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정화한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고민해 왔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 안에는 오염수를 보관하는 탱크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0년엔 탱크 증설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지난 2016년 경제산업성 내 관련 테스크포스는 기준치 이하 오염수의 처리 방안으로 ▶해양방출 ▶증발처리 뒤 방출 ▶전기분해 뒤 방출 ▶지하 매설 ▶지층 주입 등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이중 바다에 방출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지난 8월 말엔 정부 내 전문가위원회가 "현장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당시에도 참석자 대부분이 “삼중수소 외에도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며 해양 방류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