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가슴 XX" 모욕문자···대법원이 판단한 '성적 욕망'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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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산부인과 가서 (성적) 만족감을 주는 수술을 해라, 니 가슴은 정말 형편없어 모두가 싫어할거야 XX'

대법원은 30일 신체 부위 등을 비하하고 성적인 모욕을 주기 위해 보낸 문자에 대해 '협박죄 및 음란물 유통에 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30일 신체 부위 등을 비하하고 성적인 모욕을 주기 위해 보낸 문자에 대해 '협박죄 및 음란물 유통에 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성적인 모욕을 주기 위해 헤어진 연인이 보낸 문자나 메일은 음란물일까. 두 달 간 연인 관계로 지냈던 이모(55) 씨와 40대 여성 박모 씨. 사귀는 사이일 당시 박 씨는 이 씨에게 1500만원을 빌렸고, 이 씨는 '돈을 갚으라'는 협박 문자와 함께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내용의 문자를 한달 간 25차례 보냈다.

특정 신체부위 비하하며 한달동안 22회 문자 #2심에서 '성적 욕망 충족하려는 목적 없어 음란물 아니다' #대법원 '분노감 들어간 성적 모욕 문자도 일종의 음란물'

실제 이 씨의 문자 내용은 거칠고 지속적이었다. '돈을 갚으라'는 내용의 문자는 8개, '돈을 갚지 않으면 살려두지 않겠다'라는 문자가 6개, 보낸 문자의 절반 가량이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모욕과 욕설이었다. 박 씨가 '경찰에 신고하겠으니 그만하라'고 하자 '내가 구속이 되더라도 내 후배들을 풀어 평생 성관계만 하도록 보쌈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런 내용의 문자도 '음란물'이라고 판단했다.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 내용이 아니므로 음란물이 아니다'는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는 30일 이 같은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 '분노감으로 욕망 표출' 

성폭력 범죄에 대한 특례법 13조에 따르면 '음란물'이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로 전달하는 말·글·사진·음향 등을 뜻한다. 실제 1심 재판에선 이 씨가 보낸 문자를 음란물로 간주하고, 협박죄와 통신매체이용 음란죄가 모두 성립한다고 판단해 이 씨에게 징역 1년과 함께 성폭력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문자가 음란물이 아니기에 통신매체이용 음란죄에는 해당하지 않아 협박죄에 대해서만 징역 8개월을 처분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씨의 문자가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후 박 씨에게 수치심과 불쾌감을 주기 위한 것임으로 음란물이 아니라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모욕과 욕설이 담긴 문자도 음란물에 속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분노감에 휩쌓여 자신의 낮은 성적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이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이라며 이 씨가 신체비하가 담긴 문자를 보내는 행위가 '심리적 만족을 위한 욕망의 일종'으로 보고, 다수의 문자를 음란물로 간주했다

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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