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혐오시설 안고 살았는데 …” 주민들 성동구치소 택지개발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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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공공택지 개발 대상지에 포함된 옛 성동구치소 부지. 정부는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 서울과 수도권 17곳에 3만5000가구가 들어설 중·소규모 택지를 공급하기로 했다.[뉴스1]

21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공공택지 개발 대상지에 포함된 옛 성동구치소 부지. 정부는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 서울과 수도권 17곳에 3만5000가구가 들어설 중·소규모 택지를 공급하기로 했다.[뉴스1]

서울 송파구 성동구치소 부지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정부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이미 공동주택 부지 예정” #주민 “편의시설 당초 공약 지켜라”

성동구치소 부지는 지난 21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신규택지 개발 후보로 포함됐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은 ‘성동구치소 졸속개발 결사반대 위원회’(반대위원회)를 결성하는가 하면, 정부와 서울시·송파구에 “복합문화시설과 청년일자리 지원센터를 만들겠다던 약속을 지키라”는 성명을 내는 등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문제는 지방선거 때마다 이곳을 주민 친화 시설로 만들겠다는 공약이 되풀이됐다는 데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이곳에 복합문화시설·공공도서관·청년스타트업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도 “성동구치소 부지에 계획대로 복합문화시설 등을 마련해 ‘송파 발전의 아이콘’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던 주민들은 중앙정부의 택지 개발 계획이 나오자 “일방적인 공약 파기이자, 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지난 16일부터 ‘성동구치소 부지 신규택지 지정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시작돼 26일 오후 2시 현재 2560명의 지지를 얻고 있다.

반대위는 “주민들이 40년간 구치소와 담벼락을 마주한 초등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등 불편을 감내하며 살아왔다”며 “그동안 구치소라는 혐오시설을 끌어안고 살아온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원래대로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가락동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한 주민은 “서울시는 지난 수년간 이곳에 주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겠다고 공약해 표를 가져가 놓고, 지역 주민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아파트를 짓겠다며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1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공공택지 개발 대상지에 포함된 옛 성동구치소 부지 인근에 택지 개발에 반대하며 기존 계획 이행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21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공공택지 개발 대상지에 포함된 옛 성동구치소 부지 인근에 택지 개발에 반대하며 기존 계획 이행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성동구치소 이전과 함께 서울시가 수립한 개발 기본구상안에 이미 공동주택 부지 5만1975㎡가 예정돼 있었다”면서 “정부 발표는 서울시의 기존 구상안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는 부지 2만6000㎡에는 공약대로 복합문화시설과 청년창업시설 등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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