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학법 반대한 한나라 의원 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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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충호(50)씨는 전과 8범으로 지난해 8월 청송감호소에서 출소한 뒤 현재 보호관찰(3년) 중이다. 그는 어린 시절 인천 학익동의 한 집창촌(일명 '학익 윤락촌')에서 해장국 장사를 하던 양부모에게 입양돼 성장기를 보냈다.

주민들에 따르면 성격이 유순했던 지씨는 고교 시절 자신의 입양 사실을 전해 들은 뒤 폭력을 일삼는 '문제아'로 돌변했다고 한다. 지씨와 같은 동네에서 40년째 살았다는 주민 김모(57)씨는 "치매를 앓는 노모(81)는 4~5년 전 충남 태안군의 한 요양시설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2월 말까지 인천의 한 '쉼터(전과자들의 사회적응을 돕는 시설)'에서 지내온 지씨는 고정적인 직업이 없이 찜질방과 목욕탕 등을 전전하면서 매달 생활보호대상자 통장으로 들어오는 18만원으로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쉼터 최규삼 계장은 "지씨는 당뇨로 고생하다 오른쪽 눈을 실명한 상태"라며 "평소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는 말을 자주 하며 동료들과 언쟁을 벌이는 등 쉼터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내 마음의 고충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며 사회에 대한 적개심을 자주 드러냈다는 것이다.

지씨는 지난해 12월에도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당시 지씨는 "한나라당이 싫어 주먹을 휘둘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학익동에서 Y다방을 운영하는 A씨(55.여)는 "지씨는 술은 못 하지만 말재주가 있는 편이었다"며 "정신이상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지씨가 최근 서울의 한 건축사무소에 취직했다며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나타난 적이 있다"고 했다.

지씨는 사건 당일 공중전화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유세 일정과 장소 등을 파악한 뒤 범행에 사용할 문구용 칼을 구입했다. 지씨는 경찰에서 "내가 뭘 잘못했느냐. 민중을 위해 한 일이다"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등 소동을 부리기도 했다.

이수기.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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