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속적 언어구사가 가능성 엿보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예년에 비해 응모작의 편수에 있어서나 질적인 면에서 뒤떨어진 것이 금년의 특징적 현상이었다. 그런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견뎌내기』(이종철), 『강신무』(장요섭), 『용왕이 바람 타고 등극하샤』(김영근) 등 3편이었다. 3편 모두가 구성상의 결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곧 사건이 없고 구체성이 희박한 점이라 하겠다. 극작가 지망생들이 희곡은 무대에서 상연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듯싶다. 가령 『견뎌내기』만 하더라도 작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불분명했다.
주체의식이 희박하다는 이야기다. 『강신무』는 무당의 딸이 신내리는 내용인데 엉뚱하게 엿장수를 등장시켜 사건을 급전시킨 것이 무리였다. 개연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연극의 진행시간도 맞아떨어지지 않다. 치밀한 계산 위에 사건을 진행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족하지만 서해안의 한 어촌풍경을 토속성 짙게 다룬 『용왕이 바람 타고 등극하샤』를 가작으로 삼자는 데 심사위원의 의견이 일치됐다.
이 작품도 연극을 진행시키는 구체적 사건이 없어서 레제 드라마처럼 되었고 어촌의 이야기를 상식적 차원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신선감이 없었다.
그러나 바다에서 남편을 잃은 아낙들의 끈질긴 삶과 토속적 언어구사가 그런 대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하겠다. 장래를 기대해 보겠다.
심사위원 이근삼, 류민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