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옮기면 '키즈 존' 설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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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제2회 대한민국 어린이 국회'가 열렸다.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초등학생 214명이 참가해 오전에 상임위별로 안건에 대한 찬반토론을 거쳐 오후에 본회의를 열어 우수 안건을 채택했다. 과학기술정보위원회에서 강성식(광주광역시 학운초교) 위원장이 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교복에 몸을 맞춰 입지 않듯 책걸상에 몸을 맞춰 앉지는 않습니다. 책걸상은 몸에 맞춰 높이 조절이 가능해야 합나다."(남양주 마석초등학교 이민주)

제2회 '대한민국 어린이국회'가 열린 19일 국회 본회의장. 의석은 전국 214개 초등학교에서 온 '어린이 의원'들로 채워졌다. 어린이국회는 어린이들에게 의회 민주주의를 체험할 기회를 주기 위해 지난해 7월 처음 시작됐다. 회의 도중 자리를 비우는 어린이는 없고, 상대 의원의 발언에 야유를 보내는 경우도 없다. 김덕규 부의장의 개회 선언에 어린이들은 '눈높이 법안'을 풍성하게 제출했다. 이민주 어린이는 '맞춤형 책걸상 법안'을 제안하며 "책걸상 실명제를 실시, 자리를 옮길 때도 몸에 맞춰 조절한 책걸상을 옮기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놀이터 지킴이 만들기 법안'을 낸 충주 탄금초등학교 임영환 어린이는 "지자체가 어린이 놀이터에 '지킴이'를 배치, 어른이나 불량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장소로 놀이터를 이용하는 것을 막자"고 제안했다.

부산 낙민초등학교 정성환 어린이는 "휴대전화 가입 때 이용요금의 한계를 정해 이를 초과하면 사용이 정지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무시하는 업주에겐 1000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북가좌초등학교 성재원 어린이는 미군기지가 옮겨 가는 용산에 어린이 전용공간 설립 건의안을 냈다. "부지 일부에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 놀며 취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전용 체육시설.극장.도서관을 갖춘 '키즈 존(Kids Zone)'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경남 남해의 이동초등학교 김현숙 어린이는 "어린이용 컴퓨터게임은 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게임이 종료되도록 제작 업체에 의무화하자"는 건의안을 제출했다.

지난해 1회 어린이국회에 제출됐던 법안 중 '아동용 변기, 세면대 설치 법안'은 올 4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반영돼 국회를 통과했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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