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통일운동 민족교회가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기독교의 통일운동에 있어서 그 주체는 외래종교로서의 기독교여서는 안되고 자생·자주·주체적 전통을 이어받은 「민족교회」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1일 수원 크리스천아카데미에서 열린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의 신학정립을 위한 학술회의」에서 조동진목사 (제3세계 선교공동협의회 의장)는「통일 조국과 민족교회 형성과정」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통일조국을 위한 주체가 되는 교회는 마땅히 외래종파주의 서구종교나 광복이후 분단조국의 남쪽에서 형성된 서구 의존세력 및 반민족적 친일 기독교세력의 잔재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목사는 『통일을 위한 기독교의 주체는 1870년으로부터 1910년에 이르는 기간에 민족교회의 씨앗을 뿌린 민족 신앙인들의 민족 얼을 잇고 일제하에서 민족의 혼을 지켜내려 한 신앙인들의 정신을 계승한 세력들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목사는 이같은 맥을 이으면서 일제탄압에서 살아남아 민족교회 재건을 부르짖다가 미군정의 종속세력으로 변신한 사람들에 의해 밀려버린 민족교회의 주체들과 북한에 남아 민족신앙을 지켜나가려 했던 기독교인들의 맥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민족교회운동의 정통성이 돌아가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해졌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1910년대의 민족운동지도자들과 민족교회지도자와의 관계가 바르게 인식되어야 하며 ▲1930년대 일제의 민족교회 말살계획과 항일 민족신앙지도자들의 위치가 민족교회운동 주도세력으로 확인되어야 하고 ▲1940년대 일제의 황민화운동에 선봉으로 나선 친일 기독교세력의 계보가 뚜렷이 밝혀져 그 책임이 규명되어야 민족교회의 정통성이 밝혀진다고 보았다.
남한에서의 반민족 기독교세력은 미군의 진주와 함께 「기독교연합회」를 만들어 존속했고 「반민족특별위원회」도 일부 친일기독교인들을 재판에 회부했으나 흐지부지 끝나고 말아 오히려 민족교회를 이룰 수 있었던 세력들을 약화시켰다.
조목사는 북한에서는 민족주의 기독교 지도세력과 사회주의 기독교세력이 화해에 실패했고 남한에서는 반민족적 친일세력의 일제잔재 청산거부에 의해 민족교회가 분열됨으로써 남북 모두 민족교회 재건에 실패한 것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고 앞으로 통일조국의 교회를 위한 노력을 새로이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범민족교회가 형성되고 교회의 분단종식 주도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탈 외세·탈이데을로기의 이상이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 특히 남한에서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교회가 제3세계 기독교로서 서방세계에 종속 또는 추종하고 있다는 시각이 없지 않기 때문이라고 조목사는 말한다.
또 하나는 민족주의와 주체시상의 만남이 상충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낼 길이 없는가에 대한 연구다. 민족주의 사상의 바탕 위에 주인의식과 인간중심사상으로서의 주체사상이 해석될 수 있다면 민족주의의 연장으로 통일궤도에 포함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 문제는 주체사상이 가지고있는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조목사는 마지막으로 민족공동체로서의 통일국가 건설을 위해 남북에서 외세 의존적이 아닌 세력들이 형성되어 전 민족의 자유로운 결정이 이루어지는 정치적 성숙이 필요하며 민족교회는 생명력과 지도력을 회복하여 민족화해와 조국통일의 예언자적 책임을 감당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