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장관은…] 토론 즐기는 '아이디어 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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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늦어서 미안합니다." 태풍 때문에 예정에 없던 국회 재해대책특위가 열리는 바람에 과천 건설교통부 장관 집무실에서의 인터뷰는 약속시간보다 45분이나 늦게 시작됐다.

"공무원 생활 30년 중 올해가 가장 기억에 남는 해"란 그의 말처럼 최종찬 장관은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부동산 파동부터 철도파업, 화물연대 운송거부, 고속철도 노선 변경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모두 건교부 소관이다. 때문에 여기저기 불 끄러 다니느라 "집무실에서 일 챙기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이틀밖에 안될 때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崔장관은 정통 경제관료다. 1971년 행시 10회에 최연소 합격한 뒤 경제기획원 등에서 잔뼈가 굵었고, DJ정권 때 잠시 일손을 놓았던 것을 제외하곤 줄곧 경제 관련 부처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관료 냄새'가 정말 안 난다.

조용하면서도 편안한 말투에다 상대방 말을 경청한다. 귀가 넓어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건설교통부에 시민단체 등과 대화하고 조율하는 비정부기구(NGO) 담당부서를 만들었다. '아이디어 崔'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러면서도 마음먹은 일에는 고집도 여간 아니다.

崔장관은 편한 사람이다. 직원에게 직접 전화하는가 하면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고 노래방도 종종 간다. 그는 회의 때문에 정부 중앙청사나 여의도 국회에 갈 때 짬이 나면 근처의 친구 사무실에 불쑥 찾아가 "점심 먹자"고 해 친구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임광토건 임광수 회장이 장인이다.

"과거 선배 장관들이 퇴임할 때면 하나같이 '대과 없이 끝내 다행'이란 말을 꺼내 왜 저리 소극적일까 생각했다. 막상 내가 해보니 대과 없기도 정말 힘들구나란 생각이 든다"는 그는 "최선을 다하고 명예롭게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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