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설움」탈피에 사명감|육상스타 배기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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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88∼89월드컵 전반시리즈에서 세계정상급임을 재확인시킨 한국빙상의 「외로운 프런티어」 배기태(배기태·23·단국대대학원)가 76일간의 해외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 15일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마무리훈련을 벌이고 있다.
배기태는 지난 4일 스웨덴 에스킬스투나 월드컵 2차시리즈 1천m에서 1분l7로 우승을 차지한바 있다. 그는 또 지난달 27일 서베를린 월드컵 1차시리즈에서는 5백m와 1천m에서 각각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컨디션은 어떤가.
▲지금까지 기록이 대체로 저조했던 것은 부상을 염려해 베스트를 다하지 않은 때문이며 시즌 초반이라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다.
-국내훈련에 문제가 없는가.
▲사실 전지훈련 중에 귀국을 하게되면 시차나 훈련환경의 변화 때문에 그동안의 훈련 리듬이 깨질 우려가 많다. 그러나 이보다는 국내의 훈련장소가 여의치 못해 당장 걱정이다.
태릉링크에는 4백여명의 국내선수들이 북적거리며 시간을 쪼개 사용하고 있다.
제빙시설도 문제다. 얼음의 강도나 두께 등이 국제규격과 차이가 커 대표선수들의 훈련에 많은 차질을 빚고 있다. 무조건 얼리기만 하면 된다는 식은 무지에서 오는 발상이다. 빙질이 고르지 못해 부상의 위험도 크다.
그밖에 보호벽이 부실해 코너를 돌 때면 부상의 위험 때문에 몸을 움츠리게 돼 실전훈련은 기대할 수 없다.
-국제빙상계의 한국에 대한 시각이 어떤가.
▲외국 선수들도 서울올림픽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나와 단거리(5백m·1천 m 라이벌인 「우베·마이」(동독), 「구로이와」(일본), 「포키체프」「젤로조프스키」(이상 소련)등 세계적 선수들이 한국스포츠 수준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한국에서 경기를 벌이고 싶어한다. 그럴 때마다 고국의 낙후한 시설과 동계종목에 대한 무관심 등에 답답하기만 했다.
사실 육상과 수영 등 하계기록종목은 아시아 선수권만 따내도 그 성과에 대해 떠들썩하다. 그러나 동계종목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어도 일반은 물론 체육주무부처조차 그 진가를 좀처럼 인정치 않는 것 같다. 하루빨리 국제규격(4백m트랙) 의 실내링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경기출전 계획은.
▲내년 1월4일까지 태릉에서 훈련하고 5일 서독 인첼로 다시 가서 15일부터 벌어질 월드컵 4차시리즈에 대비할 예정이다. 그후 2월25일 히렌빈(네덜란드)세계 스프린트 대회에 참가, 명실상부한 세계정상을 이룩한다는 것이 목표다.
-가장 벅찬 상대는 누구인가.
▲「우베·마이」가 최대라이벌이지만 파워에서는 그가 낫고 기술은 내가 앞서 좋은 승부가 될 것이다.
「우베·마이」는 캘거리올림픽 이후 기록에 기복이 없으나 나는 다소 기후나 빙질에 영향을 받는 편이라 대회당일의 컨디션 등 여건에 따라 승패가 갈릴 공산이 크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 자리를 놓고 격돌을 벌여온 배기태와 「우베·마이」는 87년11월 이후 9차례의 공식대결을 벌여 5승4패로 「우베·마이」가 약간 앞서고 있다. 캘거리 울림픽 전까지만 해도 배기태가 3전 전승으로 앞섰으나 그 이후 「우베·마이」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89년의 판도 변화여부가 관심거리다. <권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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