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제 온라인 과외'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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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오전 3시. 조지워싱턴대 2학년생인 앨릭스 델몬트(20)는 통계학 시험을 앞두고 밤샘 공부 중이다.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던 그는 과외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인터넷에 접속해 인도 방갈로르에 사는 선생님으로부터 1시간 동안 특별강의를 들은 그는 이튿날 시험에서 A학점을 받았다. 과외비로 쓴 돈은 불과 18달러.

미국 학생이 인터넷을 통해 인도나 칠레 등 외국 고학력자에게 개인지도를 받는 '국제 온라인 과외'가 인기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수천 명의 미국 학생이 학교 성적이나 SAT(학업적성시험:한국의 수능시험 격) 성적을 올리려고 외국 개인교사로부터 온라인 과외를 받고 있으며, 그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에서 교사를 아웃소싱해 학생들과 연결해 주는 신종 교육산업이 번창하고 있다.

외국인 온라인 과외의 가장 큰 장점은 값이 싸고 시간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과외교사를 직접 만나 개인교습을 받으려면 시간당 최고 125달러를 내야 한다. 뉴욕의 온라인 개인교습 프로그램인 '프린스턴 리뷰'를 이용해도 1시간에 111달러가 든다. 그러나 해외 선생님이 해주는 온라인 과외비는 시간당 18~20달러에 불과하다. 국내 선생님이 가르치는 온라인 과외의 6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인도 뉴델리 개인교습 업체인 '에듀콤프 솔루션'에 따르면 시장 규모가 연 500만 달러인 인도 온라인 과외사업의 80% 정도가 미국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15세인 미 여고생 어추투니도 시간당 20달러를 내고 일주일에 두 번 기하학 온라인 과외를 받는다. 인도 코친에 있는 과외교사 레카 카말라산(33)은 어추투니의 교과서 복사본을 사용, 전자칠판에 도형을 그리며 내용을 쉽게 가르쳐 준다. 어추투니가 이용하는 온라인 과외 사이트 '그로잉 스타스(growingstars.com)'에는 400명의 학생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신문은 이 사이트의 교사는 50명으로 대부분은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인도인이라고 전했다. 경영학.수학 석사 출신인 전 고교 교사 카말라산은 "인도식 억양을 고치기 위해 2주간 발음훈련을 받았다"며 "학교에서 일할 때의 두 배인 월 300달러를 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온라인 과외 사이트인 스터디로프트닷컴(studyloft.com)은 "38명을 뽑으려고 방갈로르에 과외교사 모집광고를 내자 500명이 지원했다"며 "인도에는 수학.과학 분야에 실력을 갖춘 고학력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교사단체인 미국교사연합은 "일부 온라인 과외 회사들이 자격 미달인 교사를 채용하고 있다"며 "온라인 교사도 공립학교 교사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자격 검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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