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깊은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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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기대했던 삼성의 홈구장 대구 3연전이 '빈손'으로 끝났다. 홈런 신기록을 좇는 이승엽(삼성)은 6경기 연속 '물대포'였다. 올시즌 셋째로 긴 '홈런 가뭄'이다.

지난 10일 대구에서 52, 53호를 거푸 터뜨릴 때만해도 곧 손에 잡힐 것 같았던 자신의 국내 타이기록 54호가 이젠 아스라이 멀게만 보인다.

이승엽은 18일 대구 두산전에 앞서 "페이스가 좋지 않다. 밸런스가 무너지는데 여간해서 되찾기가 어렵다. 팀이 이기고 자꾸 경기를 하다 보면 감(感)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4월 말, 8월 초의 슬럼프 때만큼 바닥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4월과 8월의 슬럼프는 이승엽이 올 시즌 가장 오랜 기간 홈런을 터뜨리지 못했을 때를 가리킨다. 이승엽은 4월 22일 대구 기아전에서 시즌 5, 6호 홈런을 거푸 터뜨린 뒤 8경기 동안 홈런을 때리지 못하다가 5월 4일 대구 롯데전에서 7호 홈런을 때렸다.

8월 초에는 더 깊은 잠에 빠졌다. 7월 31일 대구 롯데전에서 시즌 41호를 때려낸 뒤 8월의 시작과 함께 11게임 동안 홈런 가뭄에 시달렸다. 그리고 8월 14일 대구 한화전에서 12경기만에 42호가 터졌다.

이날 네번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큼지막한 홈런성 타구는 없었고 중전안타 두개가 밸런스를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다. 이승엽은 경기가 끝난 뒤 "어제보다 좋아졌다"며 엷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제 남은 경기는 13경기. 홈구장 대구에서는 3경기가 남아 있다.

삼성은 이승엽 대신 홈런포를 터뜨린 김한수와 톱타자 박한이의 활약으로 8-2로 크게 이겨 4연패에서 벗어났다. 김한수는 1-0으로 앞선 2회말 추가점의 발판이 된 2루타를 때렸고 3회말에는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때려내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박한이는 5타수 3안타로 시즌 안타 1백51개를 기록, 최다안타 1위 이종범(기아.1백55개)을 4개차로 뒤쫓았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시즌 12승째를 기록, 다승 부문 공동 4위가 됐다. 삼성은 시즌 71승으로 2위 기아를 1승차로 추격했다. 잠실(LG-한화), 문학(SK-기아)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대구 = 이태일 기자

- 18일 전적 -

^대구<삼성 13승6패>

두 산 000 010 010│2

삼 성 113 002 10×│8

이경필, 이혜천(3), 권명철(5), 차명주(6), 정성훈(7), 정재훈(8):배영수, 노장진(8)

(승) 배영수(12승5패) (패) 이경필(8승13패) (홈) 김한수○17(3회3점.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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