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풍 ‘솔릭’에 초토화…사망 76명 ·이재민 5만800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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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지구의 대기 환경 정보를 제공하는 'Earth Nullschool 연구소'에서 확인한 태풍 솔릭 모습(왼쪽)과 기록적 폭염으로 말라가는 북한의 옥수수밭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지구의 대기 환경 정보를 제공하는 'Earth Nullschool 연구소'에서 확인한 태풍 솔릭 모습(왼쪽)과 기록적 폭염으로 말라가는 북한의 옥수수밭 [연합뉴스]

지난달 한반도를 통과한 19호 태풍 '솔릭'으로 북한에서 76명이 사망하고, 75명이 실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기구들에 따르면 약 5만8000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솔릭은 한반도 내륙을 거치며 세력은 약해졌지만, 비구름대가 동해로 빠져나가면서 북한 지역에 폭우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국제적십자·적신월사연맹(IFRC)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달 28일 이후 황해도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어린이를 포함한 75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실종자 수색과 이재민 구조 활동을 하는 IFRC는 "저지대가 특히 태풍으로 큰 피해를 봤다"며 "가옥과 병원, 학교 등 건물 800여 채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북한 적십자회는 식수 공급이 끊긴 지역에 이동식 정수 시설을 공급하고 있다.

IFRC 북한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존 플레밍은 "수천 명이 집을 잃고 식량과 의약품, 식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IFRC 제네바 본부의 알리슨 프리배이런 공보담당관도 "수많은 가옥이 한꺼번에 피해를 보아 수만 명의 이재민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며 "임시거처와 깨끗한 물, 식량 그리고 조리 도구, 위생용품, 담요 등 기본적인 구호 물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한 적십자회는 IFRC의 지원으로 각 지역을 직접 방문하면서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들이 파괴돼 현장조사를 마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솔릭이 강타한 지난달 23일 1시부터 24일 5시까지 문천시에 601㎜의 폭우가 쏟아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23일 오후 5시부터 24일 오전 5시까지 502㎜의 폭우가 내려 12시간 강수량으로는 기상관측 이래 2011년 7월 26일 청단군의 51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북한은 태풍 직전까지 이어진 폭염과 가뭄으로 농경지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날 북한이 제공한 자료를 인용해 지난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북한 농경지의 8%에 해당하는 약 9만9000㏊의 농경지가 폭염과 가뭄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FAO는 황해남도 등 대표적 곡창지대의 주요 작물 생산에 차질을 빚어 올해 식량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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