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中企대표 오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중소.벤처기업 대표 1백30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盧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우니 영국의 대처 총리나 박정희 대통령 같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했던 지도자들에 대한 희망과 바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최근 전경련이 盧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주문했던 것을 염두에 둔 듯했다.

이어 盧대통령은 "양해를 구하고 싶은데 이제는 대통령에 대한 인식을 바꿔달라"고 했다. "내가 하고 있는 목표가 분명히 있다. 지금 한국에서 그 같은 방식의 지도자가 꼭 필요한 시기냐.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盧대통령은 대처 총리가 노조의 압력에 단호히 물러서지 않았던 사례를 꼽으며 "명확한 이슈가 있을 때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력행사가 대처 총리보다 약하라는 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盧대통령은 "내가 그렇게 약하게 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그렇게 획기적으로 전환돼야 할 만한 객관적인 정책이 있을 때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盧대통령은 "지금 나는 대처 총리 이상으로 과격하고 단호하게 정책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독립▶보복성 세무조사 중단▶기술혁신 강력 지원 등을 사례로 열거했다.

이 과정에서 "바보 소리 들어가며 가까운 사람이 가혹한 수사를 받아도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원칙 실현이 국민에게 주먹을 내미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노무현에게 찍힌다고 세무조사 받을 일이 없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자신의 리더십을 거듭 설명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달라고 하는 것은 파업에 대해 철저히 해달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며 생산성 향상 수준을 넘어서는 임금인상의 단계적 억제와 귀족노조의 개혁 의지를 즉석에서 피력했다.

이날 盧대통령은 "불평 반 당부 반으로 말하면 자꾸 내게 법과 원칙만을 강요하지 말라"면서 "정부가 노동자에게 좀 양보했다고 해서 무슨 죽을 죄를 진 것처럼 몰아붙이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공권력은 최후의 수단으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