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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 건설 … 고유가시대 고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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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04년 10월 석유공사 사장의 언론 기고 내용이다. 이는 당시 정부 주요 정책결정자들의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유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정부의 케케묵은 고유가 대책에는 긴장감이 없다.

행정도시 계획에도 정부의 고유가 불감증이 그대로 나타난다. 행정도시의 4대 비전과 12대 전략에는 에너지 비전이 없다. 전기 수요량은 판교를 모델로 잡고 있는데, 판교는 유가 20달러 시대의 계획이다. 유가 70달러 시대의 계획이 20달러 시대 계획과 같을 수는 없다. 에너지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에너지 다소비 구조 체질개선은 어렵다. 미래도시의 청사진이라는 행정도시가 이 정도니 10개의 혁신도시와 신도시까지 감안하면 한국의 에너지 미래는 암울하다.

독일은 통일 이후 베를린으로 수도를 옮길 때 태양청사조례를 제정했다. 모든 새 건물에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충분히 이용토록 했다. 새로 짓는 정부 청사들은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낮추고 재생 가능 에너지 이용 비율은 일반 기준보다 높였다. 그 결과 재생 가능에너지 100%로 에너지를 자립하는 연방의회 건물이 탄생했다. 정부 스스로 모범을 보인 것이다.

건물 설계를 바꾸기만 해도 상당한 에너지 절감효과를 거둔다. 미국의 에너지전문가 에이트켄은 "에너지와 관련해 가장 저평가되고 효율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분야가 건물"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1995년 이후 새로 계획된 건물의 난방에너지 수요를 기존 건물(연평균 220kWh/㎡)의 절반 아래인 100kWh/㎡로 낮췄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평균 180~200kWh/㎡다. 이렇게 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5%를 차지한다. 독일은 그 밖에도 저에너지 주택.제로 에너지 주택을 넘어 잉여 에너지 주택단지까지 만들었다. 이같이 치밀하고 계획적인 효율 개선으로 독일의 에너지소비는 90년 이후 줄고 있다.

도시 전체의 에너지 효율 시스템을 높이는 일은 계획단계부터 반영돼야 한다. 정부 정책으로 건물 설계와 건축자재의 효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미래 에너지 안보의 청사진이 될 태양청사 비전을 선언하고, 에너지 저소비형 도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정책.기술을 총동원해야 한다.

김연지 환경운동연합 재생 가능 에너지 담당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