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시나리오」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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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공 비리 청문회
국회 5공 특위는 8일 일해 청문회를 속개, 정구호 전 경향신문사장과 정수창 전 대한상의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88년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한 준비연구」라는 소위 전두환씨의 장기집권 시나리오를 작성한 경위 및 이 문서와 일해재단과의 관계, 일해재단기부금 모금과정에서의 강제성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중인신문 내용요지 5면>
여야의원들은 정구호씨를 상대로 84년 6월에 작성된 88평화적 정권교체준비 연구보고서를 언제, 누구의 지시로, 무슨 목적으로 작성했는지를 묻고 전두환씨에게 문서내용을 보고했는지 여부를 따졌다.
야당 측은 장기집권을 위한 이 비밀문서에 대해 『실현가능성이 없어 전 전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정구호씨의 지금까지의 해명과 달리 ▲85년 2·12총선 대책 ▲대통령의 리더십강화 ▲3김씨 대책 ▲88년까지 예상되는 정국불안요인과 대책 등을 광범위하게 다뤘고 실제 정국전개 과정에서 상당부분이 유사하게 진행됐음을 들어 이 문서가 청와대 고위정책결정과정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84년 6월 장기집권 시나리오가 완성된 뒤 84년 9월 일해재단의 목적사업이 아웅산 유가족 지원사업에서 안보통일연구가 주요사업으로 변질된 과정과의 연관성을 추궁했다.
정수창씨에 대해선 일해재단 자금의 할당경위, 당초기부금 목표액, 모금과정에서의 강제성 여부를 따졌다.
정구호씨는 『88평화적 정권교체 시나리오는 장연호 정경연구기획위원이 아이디어를 내서 내가 최종적으로 채택했다』고 말하고 『외부협조 의뢰나 지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84년에는 전임대통령의 정권교체여부가 매우 불분명했다』고 지적하고『그런 상황하에서 정권교체가 순조롭고 혼란 없이 이루어지는 방안을 연구할 목적으로 이 문건을 작성하게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연구서 작성에 참여한 사람은 본인, 장연호 정경연구소기획위원, 양동안 비 상임논설위원, 윤상철 주필 등 4명이었다』고 밝혔다.
정씨는 연구서를 만든 후 『각종 시책 등 건의내용이 특별한 아이디어도 없고 비전문적이어서 유치하다고 생각하고 폐기했다』고 말했다.
정씨 『연구를 하다보니 단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퇴임이후 보복 등이 있다면 단임을 할 수 없으므로 얼마간의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을 뿐 어떠한 강제성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장연호씨가 작성, 가져온 5부는 폐기 조치했으나 장씨는 3부를 더 만들어 86년에 재미학자 이동진 교수를 통해 김대중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씨는 『86년 가을 장세동 당시 안기부장이 만나라고 해 면담한 자리에서 장씨가 이 연구서의 사본이 종교계에 수없이 뿌려져있다며 사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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