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공격경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거래소시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고치인 38%를 넘어서면서 이들이 거래 창구로 주로 이용하는 외국계 증권사도 그만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에 따라 외국계 증권사들은 시황이나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분석(리서치) 부문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추천 종목 발굴을 위해 그동안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던 거래소 중소형주나 코스닥 종목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영향력이 커진 이들 증권사가 특정 종목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놓은 뒤 해당 종목을 내다파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도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영역 넓힌다=JP모건증권 서울지점은 17,18일 이틀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의 떠오르는 기술기업'이란 주제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JP모건의 기업분석가와 함께 이 증권사가 유망 디스플레이.휴대전화.프린터 관련 부품회사로 선정한 14개사의 주식 담당자가 외국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기술력.성장가능성 등을 소개했다.

특히 14개 기업 중 금호전기와 한솔LCD를 제외한 12개 회사는 외국인 투자자는 물론 외국계 증권사의 관심권 밖에 있던 코스닥기업들이었다.

JP모건증권 이승훈 상무는 "휴대전화 등에서 기술력 있는 부품업체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문의가 많아 이번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며 "중소형 종목을 주 대상으로 한 설명회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메릴린치증권.씨티그룹 스미스바니증권 등도 최근 코스닥 종목에 대한 기업방문 보고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씨티그룹 스미스바니증권 유동원 이사는 "우량 대형주는 이미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코스닥의 정보기술(IT) 중소형주를 추천해 달라는 외국인들의 요구가 많다"며 "현재로선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정식 보고서보다는 기업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기업방문 보고서 위주로 종목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리서치업무 인력도 늘리고 있다. UBS증권이 최근 2명의 리서치 담당자를 선발한데 이어 메릴린치증권도 2명의 인력 충원을 본사에 요구한 상태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분석업무가 확대되면서 리서치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태"라며 "그러나 미국.유럽 본사의 영업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게 걸림돌"이라고 내다봤다.

또 대외홍보에 소극적이었던 외국계 증권사들이 최근 전문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적극적으로 회사 알리기에 나선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잦은 도덕성 논란=지난해 UBS가 '삼성전자 보고서 파동'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데 이어 최근 골드먼삭스가 국민은행의 주식예탁증서(ADR) 1천3백만주를 매각하기에 앞서 이 회사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또 LG카드와 관련해 모건스탠리를, 텔슨전자에 대한 분석보고서와 관련해 ING베어링에 대한 조사도 함께 벌이고 있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잦은 시비가 생기다 보니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의 기업분석 보고서가 본사의 투자업무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