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레이션 없는 다큐…느낌으로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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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비친 아버지의 눈물 앞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본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느날 아들 눈에 보이기 시작한 아버지의 거친 손과 야윈 어깨, 유난히 많은 흰머리. 아들은 비로소 깊고 깊은 아버지의 헌신과 사랑을 깨닫는다. 그러나 아버지는 기다리지 않는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아들에게 더욱 넓고 크기만 하다'.

내레이션과 자막은 가라-. 출연자들의 인터뷰와 영상만으로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이색 다큐멘터리가 전파를 탄다.

그 무대는 'MBC 스페셜'로, 오는 21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1시30분에 '가족'이란 제목의 4부작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1부에선 어머니와 딸, 2부에선 아버지와 아들, 3.4부는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가족이란 익숙한 주제가 선택된 이유는 시청자들이 새로운 형식에 혼란을 느낄까 해서다.

이 다큐멘터리엔 내레이션과 자막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모습을 카메라가 묵묵히 응시할 뿐이다. 그 이유에 대한 제작진의 설명은 이렇다.

"그동안 내레이션은 뭔가를 설명하려 애씀으로써 작가의 주관적인 판단과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될 수밖에 없었다. 또 이름.나이.직업.학력 등을 밝히는 자막은 대상에 대한 일종의 편견을 갖도록 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없애 시청자들에게 보다 새롭고 풍부한 '상상의 자유'를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작품엔 매편 1백쌍 가량의 인물들이 등장, 기존 휴먼 다큐멘터리와 달리 주인공도 없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각자 다른 뭔가를 느끼면 되는 것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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