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하버드, 아시아계 지원자 차별”…소수우대 논란에 '기름'

중앙일보

입력

미국 하버드대학교. [중앙포토]

미국 하버드대학교. [중앙포토]

대학 입학 전형에서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가산점을 주는 것은 바람직할까. 여기에 찬성한다면 시험 점수에 대한 소수자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인정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특정 인종이 많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문턱'을 높이는 것도 허용될 수 있을까. 예컨대 아시아계 지원자 성적이 너무 높으니 다른 기준에서 ‘맛사지’를 한다면?

미국에선 이를 둘러싼 논란이 명문 하버드대의 입학 전형을 둘러싼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지난 2014년 비영리단체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A)’은 하버드대가 입학 심사 시 고의적으로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SFA는 소수자우대정책을 반대하는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SFA와 하버드대 간의 재판은 오는 10월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가 최근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들을 고의적으로 차별해 왔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하버드대의 입학전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의견서에서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 수를 제한하고 이들에게 다른 인종 학생들보다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며 “어떤 미국인도 인종 때문에 입학 허가에서 차별받아선 안된다”고 밝혔다.

성명 자체만 보면 차별에 반대하는 것 같지만 문제는 같은 논리가 소수자우대정책 폐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장려한 소수자우대정책이 오히려 백인들에게 위협이 된다며 당선 초기부터 이 정책의 폐기를 주장해 왔다.

법무부의 이번 의견서는 앞서 지난 6월 SFA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SFA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하버드대에 지원한 16만 명의 성적 분석 결과 “아시아계 학생들이 다른 인종에 비해 학업 성적은 높지만 ‘개인 평점’(personal rate)에서는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개인 평점은 학생의 자질을 판단하는 여러 기준 중 하나로, 지원자의 긍정적 성향, 호감도, 용기 등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법무부는 의견서에서 “개인 평점은 막연하고 모호해 인종에 대한 편견이 개인평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SFA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법무부 변호사들 역시 “개인 평점에는 인종적 편견이 반영돼 아시아계 학생들이 뛰어난 학업성적에도 불구하고 입학 기회를 잃는다”고 말했다. 반면 하버드대는 “입학 심사를 할 때는 학업뿐 아니라 학생의 운동능력, 대외활동, 개인 평점 등을 두루 고려한다”며 “인종은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소수우대정책 폐지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UPI=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소수우대정책 폐지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UPI=연합뉴스]

 법무부 의견대로라면 하버드대는 개인 평점에 '인종적 편견'을 반영해 아시아계 합격자 수를 교묘하게 낮췄을 수 있다. 미국 대학은 인종적 다양성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소수자우대정책을 펴왔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의 합격률이 갈수록 높아져서 하버드대의 경우 신입생의 22.7%가 아시아계라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아프리카계(15.5%)나 라틴계(12.2%)에 비해 훨씬 많은 숫자다.

법무부와 교육부는 지난 7월 오바마 행정부의 ‘인종 다양성 권고’를 폐기한다는 지침을 발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교육 다양성 지표로서 ‘인종’ 요소를 활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이 갈림길에 섰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16년 텍사스대 입시에서 탈락한 백인 학생이 제기한 소송에서 “소수자우대정책은 합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