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황금 콤비」 엮는게 숙제"|여자 탁구 새 감독 윤상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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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흔히들 축성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고들 합니다. 제게는 이 두가지 일이 함께 주어진 셈입니다.』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 탁구가 거둔 찬란한 영광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가운데 여자 탁구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대권을 인계 받은 윤상문 (40·제일모직 감독) 감독.
북한이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3월의 세계 선수권 대회 (서독)를 비롯, 90년 북경 아시안 게임, 그리고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앞두고 이미 세계 정상을 정복한 한국 여자 탁구의 내일은 결코 밝지만은 않다.
슈퍼스타 양영자 (24·제일모직)와 현정화 (20·한국화장품)가 출전하는 세계 선수권 대회가 수성의 무대라면 양이 은퇴하는 이후의 한국 탁구는 새로이 축성을 해야만하는 절박한 위기에 놓이게 된다.
어려운 시기에 한국 여자 탁구를 맡게된 윤 감독을 만났다.
-당장 세계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갖고 있는 복안은.
▲세계 선수권·아시안 게임·올림픽 정상을 차지한바 있는 양-현 조의 정상급 기량 유지가 급선무다. 그러나 이미 전력이 완전히 노출된 상태여서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올림픽 후 은퇴를 고려했던 양의 체력 보완과 그의 마지막 투혼에 어떻게 불을 댕겨주느냐에 성패가 걸린 것 같다. 양은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기술적인 대비는.
▲기존 양·현이 가진 전형에다 약간의 변화를 추가시킬 계획이다. 양·현에 대비한 중국이나 북한의 허를 찌를 수 있는 묘가 필요하다. 우선 현의 단조로운 서비스에 강도를 높이고 속공일변도에서 완급에 대한 컨트롤 능력을 붙여 준다면 상당한 전력 상승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이 헤쳐 나가야 할 세계 탁구의 판도 변화는 어떻게 예상하나.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유럽세를 무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 올림픽에서 양은 체코의 『흐라호바」에게 그리고 현은 소련의 「포포바」에게 각각 패했다. 그들이 그만큼 우리 쪽을 연구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유럽세에 대비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국과 북한·일본 등 아시아세. 중국은 서울 올림픽 단식 참피언인 신인 「천징」을 주축으로 「리 후이펀」이나 「등야평」 등이 겁나는 상대다.
북한은 이분희 조정희가 버티고 있다. 「천징」이나 이분희는 왼손 셰이크 핸드 변칙 공격 스타일인 것이 공통점이다. 따라서 오른쪽 깊이 파고드는 사이드 스카이서브나 백핸드 푸시쇼트를 사용한 지구전에 밀리지 않을 체력·정신력을 배가시킬 계획이다.
-양이 은퇴한 후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했는가.
▲현의 전진 속공, 양의 파워드라이브의 호흡이 일치됨으로써 그런 위력을 가졌었다. 대를 이을 「양 스타일」 선수가 없는 것도 한국 탁구의 고민이다. 결국 새로운 스타일의 복식조를 육성할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 「현과 같은 전진 속공+전진 속공」「전진 속공+이질 변칙형」「전진 속공+세이크 핸드 드라이브형」「현+왼손」 등 4가지만을 구상해놓고 있다.
-복식 정상을 지키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복식 외에 단체전·개인전을 노리는 것은 사실상 무리한 욕심일 것이라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현과 양이 세계 선수권에서 정상을 지키고 그 이후에 새로운 복식조가 성공적으로 구성된다면 선수나 코칭스태프 모두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고 그 여세를 몰아 대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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