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50년 노환〃 개선문을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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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불서 12억원 수리비 모금운동
1백50여년간 프랑스의 역사를 지켜보며 파리중심부에서 있던 개선문의 노환을 치료하기 위한 모금운동이 요즘 한창이다.
프랑스의 국립공공시설건립위원회·파리시·크레디 리요네은행·프리마가즈사·론 풀랑제약회사·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 등 정부기관과 유명기업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개선문수리협회」측은 최근 각 언론매체에 대대적인 광고를 내고 『세월이 개선문을 훼손시켰다. 이제는 우리가 그를 지켜야 할 때가 왔다』고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나폴레옹」 1세가 원정군의 영광을 기념하기 위해 1806년 건립하기 시작한 개선문은 3O년만에 완공돼 높이50m·너비45m·두께22m의 크기로 샤를 드골 광장에 우뚝 솟아 라 데팡스와 샹젤리제를 양쪽으로 거느린 명물로 등장했다.
세 번째 수리공사인 이번 작업에는 약1천만프랑(약12억원)의 공사비가 들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지난해 프랑스에 진출해 있는 한 미국기업이 공사비전액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한바 있으나 프랑스는 여론의 반발을 의식, 이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개선문수리협회는 프랑스 전 국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에 나서 공사비를 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5%까지의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방안까지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기부자명단은 개선문에 비치된 「황금의 책」에 기록하여 보존하고 개별적으로 기부자인증서도 발행할 계획.
국가의 명소를 보전하는 작업을 어느 특정기업이나 재벌에 강요하지 않고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국민의 자발적인 성의와 이에 대한 적절한 혜택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개선문의 정신을 함께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프랑스인들의 의식은 역시 개선문이 있는 나라답다. 현재 국기를 상징하는 3원색의 공사용 장막으로 둘러쳐져 있는 개선문은 그 첫 보수공사인 장막을 두르는 일에서부터 아이디어를 공모할 만큼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파리=홍성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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