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진은 4표차 … 직원표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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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다수 득표자 2명인 이 교수와 조 교수 중 한 명을 총장으로 임명한다. 1991년 총장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매번 최다득표자가 총장에 올랐다.

◆ 직원들, 이 교수 지지=이 교수는 직원들의 몰표를 얻었다. 서울대는 이번 선거에서 학칙을 개정해 행정직 직원에게 투표권을 주고 1인당 0.1표로 계산했다. 그 결과 1377명이 투표한 교수들 표만 계산하면 이 교수(478표)와 2위인 조 교수(474표)의 표차는 4표에 불과하다. 하지만 직원 투표에선 이 교수가 46.7표(467명)를 얻은 반면 조 교수는 16.3표(163명)를 얻는 데 그쳤다. 처음 도입된 직원 투표가 의외로 큰 변수가 된 셈이다. 교내에선 직원들이 안정지향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 교수를 선호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또 투표 방식이 기존의 1인 2표에서 올해 1인 1표로 바뀐 것도 이 교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서울대 총장선거에선 단과대 중 가장 규모가 큰 공대와 의대의 표심이 중요한데 1인 1표로 바뀌면서 공대 학장 출신인 이 교수가 공대 표를 대거 얻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 교수는 의대 재원확충, 바이오 메디컬 연구단지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어 자체 후보가 없는 의대 표를 공략했지만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 5명 중 안경환 교수를 제외한 4명이 모두 경기고 출신이어서 평소 총장선거 때 주요 변수가 되던 고교 학맥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 서울대 변화에 관심=관례대로 득표 1위를 차지한 이 교수가 총장이 되면 서울대의 기조가 어떻게 변할지도 관심사다. 일단 이 교수는 현 정운찬 총장의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돼 온 대학의 자율성 문제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국립대로서 정체성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며 "정 총장의 정책 방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국립대 법인화도 "긍정적인 방안"이라며 "다만 대학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검토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 총장이 추진한 학생 수 감축에 대해선 재론의 여지를 남겨뒀다. 이 교수는 "학생 수 감축은 교육환경 개선에 도움이 됐으나 일률적으로 줄이는 바람에 최소 인원이 채워지지 않은 학과도 있었다"며 재고할 뜻을 내비쳤다.

◆ 매니페스토 운동 도입=이번 선거는 대학 사상 처음으로 매니페스토 운동을 도입해 대학 총장선거 풍토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선거를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각 후보들은 유권자인 교수.교직원의 판단을 돕기 위해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추진본부가 제시한 양식에 따라 선거공약과 실천방안을 작성해 대학 포털사이트에 게시했다. 또 지난해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선관위가 선거를 주관한 것도 특징이다. 당초 교수들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선관위의 개입을 반대했으나 막상 선거를 치러보니 오히려 선거가 더 깨끗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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