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는 형님·동생에 안부 전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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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제=권혁룡·제정갑기자】은둔 3일째를 맞은 전두환·이순자씨 부부는 예불과 독서로 시간을 보내며 불교계 인사와 대화를 나누는 것 외엔 외부인과의 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는 가운데 부부의 은둔 거처인 백담사의 요사방이 25일 처음 공개됐다.
전씨부부를 수행, 경호하고 있는 안현태전청와대경호실장은 이날 오전9시30분 전씨부부가 법당에 간 사이 15분간 전씨부부가 기거하는 방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2평 크기 온돌 방안에는 작은 호마이카 책상 위에 이병왕씨가 쓴 『지리산』1권, 『리더십 이론과 한국정치』등 책16권과 라디오 등이 놓여 있었으며 방 왼쪽에 검은색 둥근 안락의자 2개가 있었다.
또 비키니 옷장 1개가 있는 벽 쪽에는 임시 빨랫줄에 흰 수건 3개·겨울내의 한벌이 걸려 있었고 작은 함 위에는 설사약 등 구급약품과 간단한 화장품, 대형 초등이 놓여 있었다.
안씨는 이에 앞서 오전8시30분쯤 사찰입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씨부부가 내주이내엔 절대로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고 밝혀 이달 말을 전후해 은둔지를 옮길 뜻을 비췄다.
전씨의 민정기비서관은 『전씨부부가 연희동 사저를 떠나기 전 미국에 있는 두 아들과 전화통화를 했을 뿐 이곳에 온 이후 전화를 한 적이 없고 두 아들이 겨울방학때 귀국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씨는 25일 오전7시 인사차 방문한 박삼중스님(47·서울자비사주지)과 만나『내 형님과 동생들이 모두 고생하고 있는데 이들을 만나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전씨부부는 25일도 24일과 마찬가지로 새벽4시에 기상, 1시간동안 대웅전에서 예불을 올렸으나 전날의 다소 여유 있던 표정과는 달리 무겁고 침통한 모습으로 말문을 닫고 아침식사도 다 비우지 않았다.
사찰측은 한파로 아침기온이 영하10도까지 내려가자 전씨부부가 묵는 방문 앞에 각목 기둥을 대 비닐로 방풍막을 긴급 설치하고 장작불을 더 지피고 있으며 경찰은 학생들의 기습시위 등에 대비, 경비병력을 2백명으로 늘리고 사찰 앞에 천막을 쳐 임시경호본부를 마련했다. 또 숙소 앞에 소화기 5대도 비치하고 경비를 강화했다.

<백담사 허문도씨 주선>
한편 전씨부부의 백담사 은둔은 허문도씨의 발상으로 허씨는 2O일 서의현총무원장 등 조계사간부들을 서울시내 모처로 초빙, 협조를 요청하고 백담사 김도후주지의 양해를 얻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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