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5조 들여 석유화학 공장 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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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유를 가공해 휘발유·경유·나프타 등을 생산하는 정유업이 본업이지만, 나프타를 직접 가공해 부가가치가 큰 플라스틱 원료까지 생산하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것이다.

정유사들 고부가 사업 영역 확장

에쓰오일은 오는 2023년까지 총 5조원을 투자해 연간 150만t 규모의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석유화학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22일 발표했다. 울산시 온산공장 인근 40만㎡ 규모 부지에 건립되는 이 공장은 건설 과정에만 4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공장 건설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5년 온산공장에서 첫 삽을 뜬 RUC·ODC프로젝트는 올해 4월 완공돼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RUC·ODC 프로젝트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를 이용해 폴리 프로필렌 등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사업이다.

정유회사가 직접 석유화학 사업을 하게 되면 싼값에 원료를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플라스틱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를 다른 정유사로부터 사들일 필요 없이 직접 만들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초 석유화학 공장 설립에 각각 2조6000억원, 2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보편화하면 휘발유·경유 사업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석유화학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유사들의 잇단 석유화학 사업 진출에 LG화학·롯데케미칼 등 기존 석유화학 기업들은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경쟁 기업이 늘어나는 데 따른 과잉 공급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올 한 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에틸렌 품목은 900만t 정도인데, 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3곳이 짓고 있는 공장에서 생산될 물량만 3분의 1에 달한다”며 “2020년 이후 중국 기업까지 석유화학 시장에 뛰어들면 수익성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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