盧 "내가 인기 없어 신당 잘 안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작심한 듯 신당 옹호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 신.구주류가 세몰이를 하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서다. 구주류를 겨냥해선 "(신당을)노무현의 호남에 대한 배신으로 덮어씌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쏘아붙였다.

◇"호남배신 아니다"=盧대통령은 자신의 당적 문제와 관련, "백지상태에서 천천히 생각하겠다"면서도 "그대로 있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거취가 변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신.구파의 대립을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을 유지하느냐, 국민에게 되돌려 주느냐의 개혁 대 반개혁 구도로 규정했다. 사실상 신당파의 손을 들어준 발언이다.

이어 盧대통령은 "민주당 분당이 제가 조종한 것이고, 노무현이 어느 지역 배반한 것이고, 이런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盧대통령은 "그럴 바에 차라리 진작 한나라당에 가 있지 내가 왜 민주당에 있겠느냐"며 "저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盧대통령은 "오히려 자기들 지역에서의 기득권, 지역감정만 잘 부추기면 표가 모이는 구조를 계속 활용해 그 기득권을 가지고 낡은 정치를 계속하겠다, 이렇게 생각하며 그런 방향으로 사태를 호도하려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노무현과 호남을 분리시키고 싸우게 만들고 계속 그렇게 해서 국민들 속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기존에 하던 (낡은)방식대로 하겠다, 뭐 이렇게 말해야지 노무현과의 전선을 만들어서 호남을 분리시키고 싸우게 만드는 것은 좀 안 하면 좋겠다"며 "그렇게 해서 호남민심이 뭉치면 몇몇 사람 당선되기는 좋겠으나 그것이 호남인들에게 무슨 도움되느냐"고 했다.

◇"DJ를 방패로 내세워"=盧대통령은 대북비밀송금과 관련한 특검법 수용에 대해서도 동교동계를 비판했다.

그는 햇볕정책은 계승하고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면서 대북비밀송금 및 1백50억원 문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문제가 아니라고 전제했다.

이어 DJ측근들을 겨냥, "대통령이 관계없음을 앞장서서 방어하고 변호해야 되는데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의혹을 받지 않도록 방어하기 위해 자기 몸을 내던졌나"라고 반문한 뒤 "대통령 뒤에 숨어 대통령을 방패로 내세워 자기들이 어떻게든 조금 빠져나가 보려고 했던 것 아닌가"라고 했다.

◇"나 때문에 신당 지지 저조한가?"=이날 盧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과 관련, "국정.개혁과제들이 순조로워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盧대통령은 추석 전 신당파의 핵심 의원과 청와대에서 조찬을 하면서 "내가 인기가 없어 신당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고 이 의원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盧대통령은 "내년 총선에 (신당이)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의회를 상대로 하는 미국식 정치를 도입하면 된다"고도 말했다고 이 의원은 덧붙였다.

이날 盧대통령은 "여소야대도 지독한 여소야대"라고 야당을 비판한 뒤 "언론도 적어도 6개월은 봐준다는데 저는 당선자 시절부터 그냥 뭐 완전히 제 느낌으론 짓이긴다, 마구 짓밟는다는 수준으로 그렇게 됐다. 앞서 가는 큰 언론들이 밟으니까 분위기가 그렇게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민석.신용호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sdy1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