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세터」 김호철 대 잇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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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호철(이탈리아)의 뒤를 이을 「컴퓨터 세터」 자리를 놓고 배구계에 신인돌풍이 불고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영준(최영준·한양대)과 남상선(남상선·성균관대).
국민학교시절부터 대학까지 무려 12년동안 「숙명의 라이벌」로 코트대결을 벌여온 최영준과 남상선은 오는 12월 대통령배 배구대회에서 현대와 금성으로 각각 유니폼을 바꿔 입고 출전, 또 한차례의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고교시절 명세터로써 이들의 명성은 대학입학과 함께 실업팀들이 군침을 흘리는 스카웃 대상이 됐다.
서강대팀 해체와 함께 한양대로 재입학한 최영준은 당시 6천만원이란 거액으로 금성 입단을 일찍이 확정지었고, 남상선은 현대와 대한항공의 뜨거운 스카웃 전쟁속에 결국 현대로 진로를 결정했다.
대표팀 주전세터 자리를 향한 이들의 경력다툼 또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인창고를 거친 최영준은 85년 고베유니버시아드대표팀으로, 옥천공고출신의 남상선은 86년 아시안게임대표팀의 김호철 대타로 상대방을 따돌리고 발탁되는 행운을 얻었던 것.
반면 이들은 서울올림픽대표팀에서 「국내용」이란 이유로 공교롭게 모두 탈락하는 쓴맛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앞으로 한국남자배구를 이끌 확실한 주전세터라는데는 배구계에 이의가 없다.
김호철은 『영준이는 투지와 승부욕에서 뛰어나며, 상선이는 구질과 기술면에서 돋보여 절정에 달한 이들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둘 다 1m83㎝, 22세의 똑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이들에 대한 라이벌 감독의 시각과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최영준에 대해 현대 송만기 감독은 『직선토스가 주무기로 근성이 좋다』고 했고 성균관대 김남성 감독도 『볼센스가 뛰어나며 왼손2단 공격까지 구사하는 공격형세터로 매력이 있다』고 평했다.
한편 남상선에 대해 금성 김충한 감독은 『백토스가 일품이며 점프토스를 따를 선수가 없다』고 했고 한양대 송만덕 감독은 『시야가 넓어 블로킹을 빼돌리는 솜씨는 기가 막히다. 다만 체력이 약한 것이 흠』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철의 뒤를 이을 확실한 재목들인 이들은 실업코트에 세터바람을 일으키며 한국남자배구를 이끌 것이 틀림없다. <방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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