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500명 급구'....장사가 잘 돼서? 퇴직자가 늘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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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직접 책임지는 새로운 이커 머스 모델인 ‘다이렉트 커머스’를 구축했다 . [사진제공=쿠팡]

쿠팡은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직접 책임지는 새로운 이커 머스 모델인 ‘다이렉트 커머스’를 구축했다 . [사진제공=쿠팡]

 올해 연말까지 쿠팡맨(택배기사) 1000명을 새로 뽑겠다는 쿠팡의 20일 발표가 시장에서 화제를 모았다. 대다수의 온라인쇼핑몰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현재 3500명인 쿠팡맨을 30%나 늘리는 조치여서다. 특히 쿠팡은 추석 연휴(9월 23~26일) 전까지 500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쿠팡 관계자는 “최근 배송 물량이 늘고, 주 52시간제로 인한 2교대 근무에 따라 쿠팡맨 충원 사유가 생겼다”며 “최근 수동기어가 아닌 자동기어 트럭 500여 대를 마련하는 등 1종 면허가 없는 20~30대 젊은 층도 쿠팡맨이 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올해 배송 물량이 지난해보다 약 3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업계 평균 증가율인 20%보다 많은 건 사실”이라며 “쿠팡이 최근 물류센터 증설 이후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엔 늘어난 물량으로 ‘지연배송’ 논란을 겪기도 했다. 폭염 이후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워 쿠팡맨이 아닌 직원을 투입하기도 했지만, 감당하지 못했다.

주 52시간제도 영향을 미쳤다. 쿠팡은 이날 인천 등 일부 지역에 한해 쿠팡맨의 출근 시간을 기준으로 2개 조로 나눠 운영하기로 했다. 각 지역에 따라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한 조는 오후 7시 30분까지, 오전 11시에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일하는 식이다. 중간에 휴게 시간 1시간을 빼면 주 5일, 50시간 일하게 된다. 2개 조로 운영하다 보니 쿠팡맨이 더 필요하게 된 것이다.

쿠팡은 ‘1종 보통면허가 없어도 쿠팡맨이 될 수 있다’며 쿠팡맨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업계는 한 달 안에 500명을 충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를 달았다. 쿠팡맨은 정규직인 데다 연봉도 업계 평균보다 높아 인기가 있었지만 이런 장점이 많이 희석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무엇보다 배송 물량이 늘면서 근무 환경이 일반 택배회사와 큰 차이가 없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쿠팡맨이 배송하는 하루 물량은 220~250개로 알려졌다. 지난해(150~180개)보다 약 30% 늘어난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쿠팡맨은 “현재 쿠팡맨은 (회사가 밝힌 3500명이 아닌) 3000명 정도”라며 “최근 쿠팡맨의 충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단기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배송 물량은 늘었지만 월급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월 최저임금이 오르자 회사는 인센티브 등이 월급에 포함했다. 결과적으로 월평균 6만~7만원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쿠팡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인건비는 6454억원이다. 올해 쿠팡맨을 1000명 채용한다면 인건비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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