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해법' 담은 서한이라더니… 이란 대통령, 부시 맘껏 조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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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사진) 이란 대통령이 8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엔 부시를 조롱하는 내용이 가득 들어 있다.

미국이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에 영역해 돌린 편지 사본에 따르면 아마디네자드는 "지금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엔 법률 지원도 받지 못하고, 가족도 만날 수 없는 수감자들이 있다"며 "이게 예수의 가르침과 인권.자유주의의 가치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나는 도저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브라함.이삭.야곱 등의 선지자가 지금 살아 있다면 당신 나라의 행동을 보고 어떤 판단을 했을까"라고 묻고는 "억압적이고 잔인한 정부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라크전에 대해선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한 나라가 점령당하고, 10만여 명이 죽임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는 구실로 점령한 나라와 점령당한 나라에 큰 비극이 초래됐지만 대량살상무기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학에 대한 연구개발은 국가의 기본권 중 하나"라며 이란 핵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중동에서 이뤄지는 과학.기술적 성과가 왜 시온주의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그려지고 있는가"라고 묻고는 "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과학과 기술을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부시 대통령, 당신은 현재의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미 행정부에 대한 세계의 증오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고 약을 올렸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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