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빗나간 만원관중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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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타자'이승엽(삼성)의 홈런 신기록을 쫓는 관중이 예상 외로 많지 않다. 17일 대구 두산전의 관중은 4천명을 간신히 넘었다(4천22명). 1999년 이승엽이 홈런 신기록 행진을 벌일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그 해 8월 2일 롯데전에서 이승엽이 국내 프로야구 최다홈런 신기록(43개)을 세울 때의 관중은 1만3천명. 대구구장이 만원 관중으로 꽉 들어찼다. 이후 원정에서 46호까지 때린 이승엽이 홈으로 다시 돌아와 47호를 때린 8월 7일 대구 두산전의 관중도 1만3천명으로 만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대구 한화전에서 이승엽이 53호 홈런을 때려 국내 타이기록에 한개, 아시아 타이기록에 두개 차로 따라붙었는데도 대구구장을 찾는 관중은 뜸하다.

16일 두산전 관중은 4천5백71명밖에 안 됐고 17일에는 더 줄었다. 올시즌 삼성의 평균 관중(5천1백65명)을 밑돈다.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경쟁에다 이승엽의 홈런 신기록이라는 메리트를 얹어 구름 관중을 기대했던 관계자들은 맥이 빠진다고 한다.

관중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홈런 신드롬이 '리바이벌'이라는 느낌을 주는 데다 삼성의 성적 부진에 있다.

99년의 홈런 신드롬은 98년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가 벌인 메이저리그 홈런 레이스의 감흥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또 삼성은 드림.매직 양대 리그로 벌어졌던 99년 페넌트레이스에서 매직리그 1위를 질주했다. 그러나 한때 1위를 넘봤던 삼성은 16일까지 3연패를 당하면서 3위로 떨어졌고 17일에도 두산에 역전패, 4연패의 부진에 빠져 있다.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삼성의 홈경기에 관중이 넘쳐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대구=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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