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라파트 축출 반대案'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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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이스라엘 당국이 해치거나 추방하는 것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엔안보리 결의안이 지난 16일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미국이 지금까지 밝혀온 입장과 달리 아라파트 수반의 축출을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리아와 수단이 기안한 이 결의안의 표결에서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1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영국.독일.불가리아가 기권했는데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존 네그로폰트 유엔주재 미 대사는 표결 직후 "이번 결의안은 하마스와 알아크사 순교여단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테러행위를 명확하게 비난하는 내용을 담지 않아 불공평하다고 판단해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의 중동평화 협상대표인 사이브 아리카트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암살 허가장'으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결의안 표결 직후 이스라엘의 우파성향 유력 일간지인 예루살렘 포스트는 "미국이 아라파트의 축출에 겉으론 반대하지만 적절한 조건만 충족되면 동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 "아라파트가 자치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데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간에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문제는 방법과 시기일 뿐"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상황을 호전시킬 일부 긍정적인 조치를 내놓는다면 아라파트의 추방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은밀히 전달했다"며 "일부 유럽 국가도 이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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