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탐·구 ① 경기도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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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전이 불을 뿜고 있다. 9일 현재 1만1966명의 예비 후보자가 전국 곳곳에서 3867개의 지방 공직을 차지하려고 뛰고 있다. 경쟁률은 약 3대 1이다. 후보 간 토론회도 치열하다. 관심은 역시 서울특별시장을 비롯한 16명의 광역자치단체장과 230명의 군수.구청장.일반시장 선거전에 누가 나서는가다. 이들 단체장이 세금의 절반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단체장 선거전, 출마자들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이 궁금한가. 어느 곳이 격전지인가. 오늘부터 '후보 탐구'를 한다.

◆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는=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경기고.서울대 공대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IBM연구원 시절 삼성전자에 영입돼 17년 만에 사장이 됐다. 삼성의 16M D램.64M D램.1G D램은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보너스.스톡옵션 등으로 165억원 이상을 모았다. 그리고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보통신부 장관이 됐다. 확실한 파워 엘리트다.

하지만 성장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판잣집에서 고교를 다녔고 점심도 수시로 걸렀다고 한다. 고교 때부터 장학금에 의지했다. 전쟁 폐허 속에서 산업화를 거쳐 정보통신 강국이 된 한국의 성장과정을 꼭 닮은 인생이다. 그의 경기지사 출마는 의외였다.

현재 그는 중학교 친구인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한번의 성공이냐, 아니면 첫 좌절이냐. 그는 인생 최대의 실험대에 올라 있다.

-장관 임명 때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가 불거졌었는데.

"아들 내외가 미국에서 귀국했고, 아들은 국적을 회복해 곧 군에 입대한다."

-김문수 후보에 비해 지지율 면에서 상당히 뒤처지는데.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낮고 나의 이력과 경력이 많이 알려지지 못해서 그렇다. 나의 경영능력과 일자리 창출 능력이 알려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시간이 있는 만큼 역전이 가능하다."

-타워팰리스 두 채 등 다섯 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후보로서 부적절한 것 아닌가.

"그동안 많은 검증을 통해 재산 형성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받았다. 출마 전에 일부를 처분할 수도 있었지만 가식적인 행동으로 비춰질 것 같아 하지 않았다. 은퇴 후에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 등의 후진 양성을 위해 재산의 상당 부분을 쓸 계획이다."

-지역경제를 살릴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

"대기업 본사나 금융사 본사를 경기도로 끌어오겠다. 기업 일자리 40만 개, 사회 일자리 60만 개를 만들겠다. 산업 성장동력을 살려 1인당 주민소득을 지금의 두 배인 3만 달러로 올리겠다."

◆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는=24년간 급진 노동운동의 외길을 걸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1학년이던 1970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제적된 때부터 94년 복학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다. 구속과 석방을 되풀이하다 86년 5.3 인천사태로 2년6개월간 복역했다. 90년대 이후 '경인지역 노동운동계의 대부'가 됐다. 그는 당시 "부패한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자본주의 체제를 깨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인 설난영씨도 구로공단 내 한 공장의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그러던 그가 95년 민자당에 입당했다. 이후 경기도 부천 소사에서 국회의원에 내리 세 번(15.16.17대) 당선되며 열혈 우파로 체질을 바꿨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자'는 게 좌우명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송금 사건과 노무현 대통령의 진영 땅 의혹을 폭로하며 '저격수'로 이름을 떨쳤다.

김 후보는 "성장이 멈추면 분배도 멈춘다"며 '중국보다 빠른 성장, 서울보다 잘사는 경기'를 선거 캠페인으로 내세웠다.

-'타도 대상'인 민자당에 들어갔던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화가 상당 부분 달성됐고, 동구권 몰락으로 사회주의 실험도 끝난 마당에 과거 생각을 고집해선 안 된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국가적 과제도 변해야 한다.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을 먹여 살리는 길이다. 대한민국 선진화에 앞장서는 한나라당의 중심에 서고 싶다."

-'폭로 능력'은 보여줬지만, 행정능력은 미지수라는 평가가 있는데.

"당의 살림을 책임지고(사무부총장 했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를 오래 하면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살림살이도 잘한다는 얘기다."

-최근 토론회에서 전업주부를 '노는 엄마'라고 표현했다. 사과할 용의 있나.

"나는 아이를 키우며 보육시설을 직접 운영해 봤다. 보육해야 할 아이를 가진 엄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전업주부라는 표현을 적절하지 못하게 표현했다.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

◆ 민주당 박정일 후보는="도지사를 뽑는 데 경력은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당세가 약하고 열린우리당.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인지도도 낮다는 데 대해 그는 "당세나 경력으로 도지사를 뽑는다면 대권주자나 당대표를 후보로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유권자의 최대 관심은 앞으로 경기도가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라며 "그래서 일자리 100만 개 창출을 1순위 공약으로 성안했다"고 했다. 박 후보는 2002년까지 삼성SDS의 도쿄 사무소장이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강남을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후 민주당에서 'IT 특별위원장' '유비쿼터스 위원장' 등을 맡으며 당내 IT전문가 역할을 해 왔다.

◆ 민주노동당 김용한 후보는=최근 경기지사 후보로보다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로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15년 동안 평택 미군기지 되찾기 운동을 벌여 왔다. "고등학교 때 미군기지 근처에 있던 친구 집에 갔다가 밤거리의 풍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미국과 한국 정부, 주민대표, 시민사회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통해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학비리를 눈뜨고 볼 수 없었다"는 이유로 중학교 교사직을 버린 그는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아 21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했다. 2004년 총선 때 평택을에서 출마해 11.8%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는 초등학교 무상급식, 교사 1인당 학생 수 25명으로 축소, 공공병원 설립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특별취재팀=최상연.이상언.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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